추석도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입니다. 지난여름 유난히 덥던 8월 한 날, 한낮의 내리쬐는 햇빛을 뚫고 <레즈비언문화배급소놀레>에서 4명의 손님이 두레방을 방문했습니다. 그날 동두천을 중심으로 의정부까지 기지촌을 같이 걷고 멈추고 또 걸었는데요, 이후 저마다 떠올랐던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해 보내주셨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감사함을 느끼며 기지촌 평화기행 참가자 4분의 소감 전문을 읽어보시죠. Ⅰ. 우리는 지난 역사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얘기해야 한다 동두천과 의정부 빼뻘마을 기지촌
의정부 역사교사모임에서는 7월 27~28일, 2일간 분단의 그늘, 동두천과 의정부 미군기지 답사를 진행했다. 동두천과 의정부는 둘 다 모두 한국전쟁 이후 미군 기지촌 주변에 형성된 상권에 의해 인구가 유입되고 달러가 돌면서 성장한 도시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분단국가, 휴전선 인근에서 적의 침입에 대비해야하는 안보도시 역할을 감당하면서 만난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주한미군의 범죄에 외교적으로 평등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가난하고 어린 여성들이 자국의 영토에서 ‘미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인격, 인간으로서의
*준(두레방 상담소 활동가) 순이 아줌마와 현지 언니 빼뻘마을에서 언니동생 삼은 두 사람이다. 기지촌 클럽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데면데면 대하던 이들이 이제는 어느새 50세, 70세를 훌쩍 넘어 친구처럼 가족처럼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두레방 여름소풍 동참 권유에 “폐 끼치기 싫다”며 한사코 거절하시다가도 “현지 언니도 간다”는 말에 두말 않고 따라나서는 순이 아줌마와 “빼뻘마을에서 두레방은 걸러도 순이 아줌마네는 거르는 법이 없는” 현지 언니.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빼뻘마을 길 건너에는 ‘검은돌’이라는 마을이 있다. 연임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검은돌 마을에 구들장 만드는 채석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검은’ 돌이 많이 나와서 검은돌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순이 언니가 트라우마치유활동가 신정식 선생님을 모시고 검은돌에 약초(?!)를 보여주겠다며 길을 나섰다. 놀이터를 넘어 수락산 둘레길을 가로지르면 조용하고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오래된 집들 주변에는 나이 든 주인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소담스런 화단과 텃밭들이 눈길을
영혼을 살리고 내면의 건강을 유지시키는 힘! Soul Feeding / 필자: Miemie(미미) My experience attending Durebang Day was pretty awesome because I was one of the people who planned the event. Before Durebang Day we had many meetings to plan the event. The co-planners, Joyce, and I planned the ent
오래전, 더운 여름이 되면 ‘언니’들과 여벌옷을 싸들고 ‘검은돌’(의정부 산곡동. 수락산 자락으로 깊숙이 들어가 편안하게 자리 잡은 곳)과 ‘뺏벌’(주변의 배나무밭에서 유래. 한 번 들어오면 발을 뺄 수 없는 곳이란 뜻으로도 불림) 두 마을 사잇길로 수락산을 올랐다. 땀이 뻘뻘 흥건히 젖을 무렵, 비로소 폭포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폭포수는 마을 주민들이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서 커다란 돌들로 계곡을 막아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어놓은 곳이다. 한바탕 물놀이를 즐기고 나면 바위에 누워 젖은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 [인터뷰]두레방 가을소풍 참여자 오영심 오영심(가명) 씨는, 어린 시절 식모살이로 시작해 이 집 저 집 전전하는 생활을 이어가다 1963년 의정부 기지촌으로 들어왔다. 일흔이 넘는 지금 나이에 이르기까지 밥벌이를 위해 공장·공사장, 남한 9도 다 돌아봤다는 오 할머니에게 “만약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냐고” 물으니 “먹고 입는 거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이라 답한다. ‘만사 달관한 염세주의자’와 ‘해맑고 따뜻한 열망가’의 모습이 공존하는 그는 업과
쯔지모토 도시코 저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에 거주했던 일본인 연구자입니다. 원래 E-6-2비자로 한국에 이주한 필리핀여성 엔터에이너에 관한 연구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제가 성공회대학교 대학원 시절부터 필리핀이주여성에 관한 연구를 해왔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욱 큰 계기는 이 분야의 많은 연구가 필리핀여성들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띄고 있지만 언론에서 들려오는 심각한 인신매매 사건들의 이야기는 그것과 너무 이질적이라서 그 현실에 대해서 궁금해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