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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3.8 여성대회를 다녀오며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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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대회를 다녀오며

*노을

 지난 3월 8일, 두레방쉼터는 아침부터 광화문 동십자각으로 향해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40회 한국여성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한국여성대회가 40회를 맞이한 해였지만, 두레방쉼터가 활동가들과 내담자들이 함께 공동체로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내담자들 모두에게 한국에서든 본국에서든 국제여성의 날을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활동가들은 누구도 실망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행사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최대한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 여성대회에 앞서, 한국의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이 행사를 여는 이유와 두레방이 왜 참여하는지를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여성대회 현장에 대해서도 미리 설명했습니다. 광화문 일대에는 여러 집회가 있을 것이며, 한쪽에는 응원봉을 흔드는 시위대, 다른 쪽에는 태극기를 흔드는 시위대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안전과 인파 통제를 위해 경찰이 많이 있을 것이지만, 이는 특정인을 찾거나 이주민을 단속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설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개된 행사이지만 사전 정보 없이 특히 대중 남성들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도 안내했습니다. 우리는 차량을 주차한 후 5호선을 타고 광화문으로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따뜻한 옷, 편한 신발, 마스크, 모자(선택 사항), 물병을 준비했고, 활동가는 돗자리와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도착 후 우리는 모든 부스를 둘러보았습니다. 쉼터 활동가들과 내담자들은 부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특히 ‘여성자활센터 해봄’ 부스에 머무르며 해봄 참가자들이 만든 제품들을 흥미롭게 살펴보았습니다. 또 다른 관심을 보인 부스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으로, 이 부스들은 퀴어 및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 부스에서 동성 결혼 평등 관련 퀴즈에 참여했고, 작은 상품도 받았습니다. 기념품을 구입하고, 성평등과 여성, 퀴어, 트랜스 존재와 인권을 알리는 스티커와 뱃지를 적극적으로 받았고, ‘LOVE WINS’ 타투를 뺨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한 활동가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운영한 ‘이주여성의 함성, 민주주의를 열다’ 부스에서 ‘이주여성들이 민주주의를 구한다!’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기념식이 시작되자, 내담자의 아기가 잠들어 있었기에 우리는 광장 내 덜 붐비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활동가들은 무대에서 다양한 발언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요약해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내담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발언과 음악, 공연을 즐기는 자리에 처음 와본다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비록 한국어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모두의 인권 증진을 위한 같은 목적과 메시지를 가지고 모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행사 중에도 내담자들은 계속해서 활동가들에게 다양한 현수막, 깃발, 팻말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물어보았고, 활동가들은 그 내용을 통역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손에 들고 있던 보라색 피켓의 문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 Feminists will save democracy.” 

 내담자들은 여성대회에서 진행된 여성운동상 및 성평등디딤돌상 수상식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특히,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을 이끌어낸 부부와 변호인단이 성평등디딤돌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지지의 뜻을 보인 내담자들도 있었습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한 내담자는, 한국이 동성 파트너에게 의료보험 가족 등록 자격을 허용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며 감동을 표현했습니다.
 최말자 님이 여성운동상을 수상했을 때, 한 활동가는 그가 56년 전 자신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를 최근에 ‘미투‘로 지목하고, 60년 동안 재판을 위해 싸워온 분이라는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한 내담자는 잠시 말이 없더니, “최말자 님은 자신의 삶을 그렇게 싸우며 살아온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내담자들은 이번이 생애 첫 집회에 참여해 보는 경험이었습니다. 한 내담자는 이번 행사가 정말 평화로웠다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그의 모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행사에서 괴롭힘이나 심지어 폭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성의 날 집회가 아주 차분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는 점에 놀라워했고, 자신이 이런 집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고국의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여성 인권을 기념하는 평화로운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을,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또한 다른 내담자는 마지막 깃발 퍼레이드에 등장한 수많은 깃발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고, 퍼포먼스가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내담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지지해 줄 이렇게 많은 여성과 LGBT 인권 단체들이랑 함께하여 기분이 좋았고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쉼터가 내담자들이랑 외출할 때는 활동가들이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우리 쉼터에게 ‘안전’이라는 개념은 다른 센터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언어 접근성, 인종차별 및 이주여성 대상 폭력의 위험성, 불안과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일부 내담자들에게, 경찰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공포를 느끼지 않은 첫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평소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에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끼지만, 이날만큼은 누구도 군중 속에서 공황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군중 속의 한 사람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평소와 달리 모두가 차분했고, 자유로웠고, 길에 나와 있는 것을 기뻐했습니다. 행사 취지와 부스에 대해 설레는 마음도 느껴졌고, 행진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한 내담자도 있었습니다.
이날은 쉼터 활동가와 내담자 모두가 과도한 경계심 없이 외부에서 함께한 드문 하루였습니다.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불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던 하루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날을 자주 경험하지 못하기에 이날은 활동가로서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입니다.
페미니즘이 구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시민들이 지난 겨울 내내 요구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가 점차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두레방이 함께하는 이주여성들과 그들의 동료들이 더 행복하고 자유롭고 건강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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