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목사 (뿌리의집 원장) 20년 전 이맘때였다. 스위스 베른의 늦가을, 서울보다 조금 일찍 어둠이 내렸다. 베른 부근에 사는 입양인들이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고 모이는 날이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나는 미리 예약해둔 자리로 갔다. 먼저 온 한 사람이 있었다. 처음 보는 이였다. 검은 머리에 연푸른 눈, 창백한 살결을 지닌 여성이었다. 백인과 동양인이 다 깃든 얼굴. 캐서린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경기도 송탄에서 태어났고, 아빠는 미군이었다. 함께 살던 미군 병사가 귀국하고 두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