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왔다. 긴 뿌리를 땅에 품은 채 겨울을 이겨낸 생명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이맘때면 언니들도 분주해지신다. 호주머니가 많은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이른 아침부터 두레방 문을 열고 들어와 “나 마실 댕겨 올게” 한 마디 툭 던지고 까만 비닐봉지와 주머니칼을 챙겨 휘리릭 사라지신다. 땀이 많은 순이 언니는 ‘흐린 봄날’ 나물 캐러가는 것을 좋아한다. 순이 언니와 나는 아직은 누런 흙으로 덮여있는 배추밭으로 갔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밭을 갈아엎으니까 지금 가야 냉이를 캘 수 있어”  
활동가: 만약에 언니가 지금 살고 있는 빼뻘마을을 떠나야 한다면, 어디에서 살고 싶으세요? 언니: 나는 반(半)시골이 좋아. 교통이 너무 나쁘지 않은 시골. 아파트는 싫어. 독바위마을 같은 데서 살면 좋지. 활동가: 여기 바로 옆동네? 그런데, 왜 ‘독바위마을’이라고 해요? 언니: 저기 가면 커~다란 독바위가 있어. 활동가: 독바위?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빼뻘마을 바로 옆 독바위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활동가: (독바위마을 초입에 위치한 한 집을 가리키며)저런 집 어때요? 언니: 좋지. 내 땅만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