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년대 미군 기지촌에서 청춘을 보낸 할머니들이 당당한 배우로 무대에 섰다. 연극 <문밖에서>가 지난 7월 25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총 다섯 차례 공연된 것이다. 1976년 미군 전용 클럽, 1992년 기지촌 위안부 자치회 ‘국화회’ 창립총회 등 기지촌여성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여생의 과제가 녹아든 연극 <문밖에서>. 공연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들이 겪은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고도 즉흥적으로 풀어낸 그곳, 네 번째 공연 날 두레방
김도현 목사 (뿌리의집 원장) 20년 전 이맘때였다. 스위스 베른의 늦가을, 서울보다 조금 일찍 어둠이 내렸다. 베른 부근에 사는 입양인들이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고 모이는 날이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나는 미리 예약해둔 자리로 갔다. 먼저 온 한 사람이 있었다. 처음 보는 이였다. 검은 머리에 연푸른 눈, 창백한 살결을 지닌 여성이었다. 백인과 동양인이 다 깃든 얼굴. 캐서린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경기도 송탄에서 태어났고, 아빠는 미군이었다. 함께 살던 미군 병사가 귀국하고 두어 해
우연히 사귀게 된 두 명의 친구 한국에 온 지 7개월이 흘렀다. 새로운 여성들에게 자신의 일을 이해하는 데는 한 달 혹은 두 달의 시간이 주어진다. 클럽 주인이 너그럽다면 세 달이 주어질 수도 있다. 빨리 익혀야 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술을 팔아 가능하면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클럽 주인이 바로 다음 날 나를 다른 클럽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다. 내가 지금쯤이면 일에 잘 적응했을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겠지만 7개월 동안 그리고 지금도 나는 내가 물 밖에 나온 물고기마냥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