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두레방 활동가)
2014년 10월 15일,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주한미군사령관은 “성매매, 인신매매와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지휘방침을 통해 주한미군 부대 주변 업소에서의 인신매매와 “주스”판매 사이의 관계를 제기했다.
이 방침은 영구, 임시, 혹은 순환근무 중인 주한미군 모두 “바 혹은 여타 업소들을 막론하고 종업원이 함께 있어주는 것이나 말상대가 되어주는 것을 주 목적으로 종업원 혹은 업소에 돈 혹은 그밖에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말상대 목적을 위한 지출이라 함은 종업원들과 다트 게임 혹은 당구를 함께 하기 위해 돈을 쓰고 종업원들을 위해 음료나 선물을 사는 행위를 포함한다. 이 방침에 따르면 이러한 업소들은 부채상환을 위해 여성 엔터테이너를 노예처럼 일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미군들의) 친구로 팔도록 하는 인신매매를 지원한다. “같이 있어주는 것에 돈을 내는 것은 직접적으로 인신매매를 지원하는 것이며 성매매의 전조가 되는 일이다. 이러한 관행은 여성의 객체화를 촉진하고 성차별적 태도를 강화하며 인간의 품위를 깎아 내린다.”
더욱이 이 방침은 “바파인”을 허용하는 것으로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지원하고 있는 업소들에 출입금지(off-limit)를 적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바파인은 손님이 여종업원의 근무시간을 “탕감”해주기 위해 “벌금(파인)”을 지불하고 성관계를 맺기 위해 여성을 호텔로 데려가는 것을 말한다.
주스쿼터 시스템
미군 기지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대부분은 필리핀 엔터테이너들로 프로모션 매지너들에 의해 기지촌으로 보내진다. 이 엔터테이너들은 손님과 함께 있어주거나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을 음료 판매와 맞바꾸는 식으로 억지로 주스나 술을 판매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종업원들은 음료를 파는 것으로 주간 혹은 격주간 쿼터를 채워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텐더(마마상, 클럽 매니저 혹은 클럽 업주, 역할이 때때로 겹침)는 각 종업원들의 음료 판매 정도를 엄격하게 모니터한다. 클럽 매니저는 시간 내에 음료 판매를 다 채우지 못하고 최소 쿼터를 채우지 못한 종업원들에게 바파인을 통해 할당량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도록 종용한다. 쿼터를 다 채우지 못해 처벌의 대상이 될 위험에 놓여있는 여성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이 미군 손님들과 함께 바파인을 채우기 위해 나간다.
이렇게 매우 통제적이고 착취적인 주스쿼터 시스템은 클럽 업주들의 충분한 개인적 이윤과 프로모션 매니저들의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순매출액을 보장하며 이 외에도 프로모터들의 커미션, 이러한 인신매매 네트워크에 가담한 자들에게 지급되는 비용, 엔터테이너들의 월급(일반적으로 프로모션 매니저에게 가는 전체 금액의 20~25% 정도밖에 안됨) 등을 포함한다. 결국 미군의 달러로 돌아가는 주스쿼터 시스템은 필리핀 엔터테이너들의 취업알선/인신매매 및 통제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다.
정책의 한계
미군들이 업소의 종업원들에게 주스를 사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은 한국 전역에 주둔해 있는 기지 주변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의미 있는 한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명확하지만 한국정부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주한미군은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좀 이르지만 이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비해 동두천 케이시(Casey) 기지 인근 바와 클럽들에 고객의 숫자가 조금 줄어든 것으로 두레방은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주한미군의 이 새로운 정책 이외에도 군인들의 훈련 스케줄 및 통금, 한 번에 아홉 달씩 경기북부로 배치되는 새로운 순환배치 시스템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지난 몇 달간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하면서 우리는 작년 8명의 필리핀 엔터테이너를 고용했던 한 클럽의 출입문에 ‘여종업원에게 술을 사주지 않고 오로지 맥주와 무료 당구를 제공한다’는 문구가 써 붙여진 것을 보았다. 클럽 안에 들어갔을 때 정말 단 한 명의 필리핀 종업원만이 바 뒤에서 주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산업이 점차 침체되고 있고 미군 헌병이 업소 순찰을 더욱 강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여전히 많은 수의 미군들이 주스 판매를 위해 필리핀 엔터테이너를 고용하는 불량업소를 이용하는 것을 보았다. 새로운 주한미군 정책의 한계와 클럽을 운영하는 것의 수익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주스 판매나 바파인이 즉각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비즈니스가 쇠퇴하는 것이 최소한 클럽업주들로 하여금 쿼터 시스템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기를 희망한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불법인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지원하는 업소에 출입금지를 시키도록 사령관들을 독려하는 정책 조항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주한미군은 이미 출입금지 당한 업소 혹은 불법 행위가 저질러진 구역의 목록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업소를 애용하다 잡힌 미군들은 처벌을 받았었다.
이 정책이 최근 출입금지 목록에 자주 등장한 업소들에 미군들의 출입을 제재하는 것에 효과가 있는 반면 새롭게 등장한 불량업소를 출입금지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이 더디고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현재 목록은 너무너무 오래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의정부와 동두천의 주한미군기지 인근 출입금지 목록에는 단지 두 개의 유리방(동두천에 한 곳, 파주에 한 곳)만을 포함하고 있고 동두천 케이시 기지 인근 “관광특구”에 가라오케 클럽 한 곳만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관광특구 클럽들의 손님들 대부분은 어느 업소에서 바파인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두레방도 종업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몇몇 업소들을 알고 있지만 이 업소들 중 단 한곳도 현재 주한미군의 출입금지 목록에 올라가 있는 곳은 없다. 이 시스템이 효과적이려면 주한미군은 출입금지 목록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
또한 본인의 클럽이 출입금지 목록에 올라간 업주들은 또 다른 업소를 차리고 새로 이름을 붙여 운영해왔다는 것을 주한미군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곳은 가족 중 명의를 빌려 업소를 재 개장 하기도 한다.
현장의 변화
새로운 행정명령 시행의 어려움과 기존의 출입금지 시스템의 한계를 감안해볼 때 기지촌 내 업소들이 사령관명령에 대해 적응해 여전히 여성근로자를 다른 방법으로 착취하면서 고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예를 들어 미군헌병이 밤에 클럽가를 자주 순찰돌기 때문에 업주들이 밤에 여성에게 바파인 시키는 대신에 다음 날 낮 시간에 ‘런치데이트’ 겸 바파인을 보낼 것을 예상 해볼 수 있다. 자신의 이윤을 유지하려고 하는 업주들은 여전히 주스쿼터를 포기하지 않고 여성들에게 주스판매든 성매매든 어떻게라도 쿼터를 채우게 강하게 압박을 줄 것이다. 게다가 미군 장사가 잘 안 되면 미군 통행금지 시간 이후로 업소 영업시간을 늘리고 미군들이 부대에 귀가하면 그 이후 시간에 지역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연장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여성들이 밤새서 12~15시간을 일하게 될 것이다.
법과 구정의 효율
2014년에 미국무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1등급 인신매매 방지 국가로 발표되었다. 비록 한국정부가 성판매자를 비범죄화 하는 법을 아직 통과시키지 못했지만 성매매 또는 성착취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한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성착취 목적으로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피해자가 업주나 취업알선(인신매매)자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단 한차례도 승소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1등급 인신매매 방지국의 그림자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성평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고 특히 공공기관의 무지는 그 정도가 심하다. 사회적 인식이 따라와 줘야 성매매방지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이 기지촌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미군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평등 교육을 제공하고 여성종업원들에게 주스를 사주면서 성적 서비스를 요구하는 행동이 어떻게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를 유지하는데 경제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지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 더불어 주한미군에서 보다 현실적인 관찰시스템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출입금지 시스템을 만든다면 이번 사령관명령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