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고운 (두레방 활동가)
미군 기지촌 ‘위안부’ 여성 12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공판이 12월 19일 서울지방법원 560호 오후2시에 열렸다.
우리가 들어선 재판장은 작고도 작았다. 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발걸음 한 이들을 수용하지 못한 채 밖에서 기다리거나 통로에 서거나 해야만 했다.
정부 측은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공판 당일 오전에야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출석한 정부 측 변호인은 국가 배상이 성립되려면 할머니 122명 개개인이 개별 공무원 담당자의 구체 행위 등을 입증해야 한다며, 경찰의 묵인 방조, 지역보건소 직원들의 강제 검사와 강금 등에 대해 위법행위 입증이 안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에 “정부 측이 개인의 구체적인 불법행위로 환원하려고 하지만 이는 분명히 정부가 관리하고 조직적으로 한 행위로 그 불법성을 묻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오가는 답변 속에 언니들은 정부의 달라진 말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게 되었다. 어려웠던 시절, 기지촌의 여성들은 1962년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성들은 그 법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 다만 외화벌이의 미명 아래 정부차원의 관리를 받으며 기지촌에서 생활해 왔다. 한때 ‘애국자’ 등으로 칭송하며 기지촌여성들을 달러벌이로 활용했던 정부는 그 과거를 외면하고 있다.
많은 준비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30여분 만에 끝났다. 첫 재판이니까… 이제 시작이니까…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길임을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쉽지 않는 길에 언니들과 함께 동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재판장을 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김진 변호사는 “정부 측의 위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답변이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재판이 오래 걸릴 것이고 이제 시작되었다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재판에 받은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준비할 수 있게 언니들의 진술서이 중요하다. 앞으로 원고들에 대한 심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오래 이후의 일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긴 여정에 언니들께서 지치지 않게 힘이 되어 드려야하는 실무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다음 변론 기일은 2015년 1월 30일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560호에서 진행된다.
기지촌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그 자리가 한국여성들이 아닌 외국인여성들이 더 많이 채우고 있을 뿐이다. 한국정부는 현재 기지촌의 유입되는 E-6비자 여성들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대책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 과거의 기지촌의 모습도 외면하고 현재 진행형인 기지촌의 모습 또한 외면하는 정부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이 재판을 이어가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