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두레방 상담실장)
두레방이 의정부에 터를 잡고 활동한 지도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미군기지도 변하고 기지촌도 변했다. 한국전쟁이후 한국 땅 한켠에 자리잡은 미군기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렸고 그 중에 우리 두레방 멤버인 한국 언니들도 있었다. 휴전 이후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나 기지촌은 한국여성에서 외국인여성으로 성착취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북쪽(의정부, 동두천)의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지는 오래 전부터였다. 특히 의정부에 터를 잡았던 미군기지 여덟 개 중 다섯 부대가 2007년에 반환되었는데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환경문제 등 기지 철수 후의 문제들과 개발을 둘러싼 잡음 등으로 이제야 뭔가 정리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여전히 주인 없는 땅처럼 모셔진 기지들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의정부에는 세 개의 부대가 남아 있다. 그 부대들 또한 곧 반환될 예정으로서 사실 두레방 사무실 앞에 있는 캠프 스탠리는 언니들의 말에 의하면 벌써 10년도 더 전부터 이전한다는 소문 속에 있었다. 현재는 캠프 레드클라우드와 캠프 스탠리가 2016년 반환될 것이라고 공고가 난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기지의 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있고 기지촌도 물론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기지촌의 쇠퇴는 두레방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의정부 기지는 이미 이전 계획을 마쳤고 현재 최소한의 군인들만 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런 환경에서 다른 기지촌으로 옮겨가는 여성들이 생겼고 클럽들도 문을 닫고 오산이나 평택, 동두천으로 옮겨갔다. 두레방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도 자연스럽게 다른 기지촌 즉 미군기지 이전 계획이 없는 동두천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는 의정부와 같이 이전될 계획이었지만 2020년으로 이전 계획을 미루면서 장기 잔류 하게 되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두천 시민들은 아무런 지원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울분을 토해 내었지만 기지가 잔류될 가능성은 확실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기지촌인 동두천 외국인전용클럽거리와 거기서 일하는 여성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우리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동두천에 더 자주 가게 될 것이다.
나는 2007년에 두레방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동두천을 오가고 있다. 동두천 클럽촌은 이 계통에서 일하는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인권상황이 열악한 곳이다. 하지만 동두천 외국인전용클럽 거리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말해주지 않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그 안에 있고 많은 피해들이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가까운 곳에 이주여성을 위한 상담소나 쉼터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인권침해나 혹은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피해를 받고 또는 피해를 피하기 위해 클럽에서 도망쳐 나오지만 결국 근처 친구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숨어 지내게 된다든가 한 번 나왔다가 출입국에 잡혀서 강제 출국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상황은 클럽을 이탈한 여성들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자를 바로 말소해 버리는 한국의 법률 시스템 때문이다. 따라서 두레방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상담을 위해 두레방이 있는 의정부까지 와서 상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우리가 동두천에 왔다 갔다 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해왔는데 여기서 하나의 문제에 또 부딪치게 된다.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여성이 지내고 있는 집으로 찾아가곤 하는데 여러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속깊은 얘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동두천에도 우리들만의 작은 공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공간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눠먹고 크리스마스도 같이 즐기고 이런 작은 상상들을 늘 동두천을 오가는 지하철에서 해보곤 하였다. 그렇지만 경력 30년차 두레방도 인적, 물적 자원이 언제나 늘 부족했기 때문에 쉽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2015년 우리는 그냥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의정부의 기지는 이미 이전 계획이 마무리된 상태이나 여전히 기지가 남을 예정인 동두천에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두레방 내담자인 여성들과 새롭게 만날 여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그 공간에서 여성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본인의 권리가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모든 여성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랑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순수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동두천 작은 공간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두레방의 노력이 있을 것이고 그 안에 함께 하는 여성들의 노력도 있을 것이다. 어렵게 용기 내어 본 이 일에 많은 이들의 격려와 지지 바란다.
올해 두레방은 한편으론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다른 한편으론 동두천에 새로운 지원센터를 개소하는 일로 바빴습니다. 동두천 지원센터의 필요성은 고산동 기지촌의 규모가 축소되고 동두천에 마땅한 이주여성 상담센터가 없었기 때문에 꽤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으나 두레방도 자원이 한정되어 있던 관계로 때때로 아웃리치를 가는 등 일시적이고 단기적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두둥… 올해 작은 규모의 센터를 개소하기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여전히 자원은 모자르고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식상하지만 동두천 센터 운영비 마련을 위한 후원행사를 마련하였습니다. 5월 1일 곳곳에서 데모를 마치시고 시원한 뒷풀이 겸해서 들려주십셔~ 남영역 1번 출구 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