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 사무국 간사)
‘비무장지대를 종단하는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 위민크로스DMZ (WCD)는 분단 70주년이 된 2015년,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 그리고 한반도에 평화의 체제를 가져오기를 피력하기 위해 기획되고 열렸다.
이틀째날 개최된 2015 국제여성평화회의에서는 1부는 “각국에서 갈등과 분쟁을 끝내기 위해 여성을 조직한 경험 나누기,” 2부는 “현재 갈등지역 국가의 여성의 조직과 대응 현황”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미국의 글로리아 스타이넘부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와 리마 보위, 전 국회의원 출신인 필리핀의 리자 L. 마사,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타카사토 스즈요, 콜롬비아의 인권변호사 패트리샤 게레로, 한국 기지촌의 이야기를 하러 온 김숙자 등의 다양한 분야와 지역의 여성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갈등 조정의 상황 그리고 경험으로 인한 지혜를 나눴다. 특히 나에게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평화, 사랑을 강조한 메어리드 맥과이어, 힘있는 어조로 회의장의 참석자들을 향해 상상력과 정신적 힘을 평화의 바람을 이끌어오는 밑천으로 삼기를 강조했던 리마 보위, 그리고 마지막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과 ‘언니’들의 이야기를 하던 김숙자님의 이야기가 아주 인상깊게 남아있다. 또한 1부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 격정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고 연사들의 연대를 요청한 (이 단어가 적절치 않으나) 탈북여성의 성토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감히 평가하자면, 이번 국제여성평화회의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행사가 연례행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용 행사로는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였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오히려 갈등의 요인이 무엇이며 우리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드러낸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에 행사는 행사이며, 일상 정치를 (다양한 정체성과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여성들이, 남성들이, 그리고 학생들이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15 국제여성평화회의가 담지 못한 이야기나 포함하지 못한 구성원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여성주의 관점에서 탈군사주의를 논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구상하고, 제도적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작업과 지식교류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운동 movement와 연대 solidarity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