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아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활동가)
5월 24일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for Peace and Disarmament)이다.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은 유럽에서 1980년대 초에 수 백명, 수 천명의 여성들이 핵무기와 군비경쟁에 반대해서 모였을 때 시작되었다. 해가 지날 수록 5월 24일에 전세계 다양한 나라의 여성들이 참여하는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날에 여성들은 모여서 평화를 만들고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을 기념한다. 핵심적인 메세지는 우리는 세계의 문제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거부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1997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을 하면서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을 도입했다. 이후 캠페인, 선언, 문화행사, 심포지엄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념해왔다. 작년에는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온 30여명의 여성•평화운동가들이 한국전쟁 종식을 촉구하며 DMZ를 걷는 행사가 있었다.
올해에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한국에서 몇가지 행사가 이어진다. 5월 24일에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16 여성평화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 주제는 “여성, 3.0 평화 시대를 열다 : 유엔 안보리결의안(UNSCR) 1325를 중심으로” 였다. 총 10명의 발제자가 <화해와 평화과정의 리더십>, <위장하는 군사주의>, <탈핵의 길, 생명의 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UNSCR) 1325>, <식탁에서 평화협정 테이블까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토론이 이어졌다. 오는 28일 토요일에는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전쟁없는 한반도! 생명, 평화, 상생을 위한” <2016 여성평화걷기>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장소만 두 번 바뀌었다. 종북 몰이 때문이었다. 보수시민단체에서 작년 위민크로스디엠지 행사는 북한의 대남공작이라는 주장을 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18일 애국단체시민연합은 ’2016 여성 평화 걷기 조직위원회’ 행사를 대관해 줄 경우, 심포지엄 장소로 예정되었던 이화여대 총장과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엄밀히 여성평화심포지엄은 ’2016 여성 평화 걷기 조직위원회’에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올해 여성평화걷기는 작년 국제적인 여성•평화운동가들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DMZ를 넘어온 위민크로스디엠지 행사와 다르게 한국의 여성단체와 평화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민크로스디엠지에 대한 종북몰이는 여성평화걷기 뿐 아니라 심포지엄에 까지 여파를 미쳤다. 장소를 대관하기로 했던 곳들에서 불허 통보를 2번 받고 결국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심포지엄을 코앞에 앞둔 시점이었다. 또 다시 장소를 옮겨야 되면 어떻게 하나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준비팀은 행사 전날 까지 장소를 공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이렇게 난관을 뚫고 5월 24일. 여성평화심포지엄은 진행됐다. 준비에 어려움은 많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고 무사하게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에서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평화를 말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강남역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살해당하는 2016년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평화를 말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것과 함께 분단이라는 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하는 <2016 여성평화심포지엄>과 <2016 여성평화걷기>행사를 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이것을 왜 막는 것인지.
방해공작이 있었지만 우리의 연대는 더 강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참가 신청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진행하는 <2016 여성평화심포지엄>, <2016 여성평화걷기>이 여성평화운동이 내딛는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