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평화를만드는여성회)
지난 3월 20일 월요일, 유승희 의원실이 주관하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새움터,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 청구소송 공동변호인단,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공동주최한 ‘미군 위안부 소송결과의 의미와 법제정을 위한 토론회’(이하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122명의 원고가 2014년 6월 25일에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한 후 2년 7개월 만인 2017년 1월 20일에 미군 기지촌 위안부 피해 여성의 국가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나온 것을 계기로 입법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검토하는 자리였다. 일부 현장단체가 공청회라는 명칭이 부담스럽다고 하여 토론회로 변경하였다.
1심 판결 이후 현장단체와 변호인단 등은 2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도 입법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였고, 19대 국회 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 온 유승희 의원실과 함께 하기로 하였다. 유승희 의원실은 19대에서도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출범식 참석, 현장단체 여가위 국정감사 참고인 초빙, 고령의 미군 위안부 자활지원센터 지원 예산 확보 등의 노력을 하였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생활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국회가 응답할 때라고 판단하여 이번 토론회를 유치하였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는 2012년부터 특별법 제정을 위해 법률 초안을 마련하고 수차례에 걸친 내부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19대 국회에서 김광진 의원실과 함께 토론회와 공청회를 추진한 바 있다. 법안의 주체는 ‘기지촌 성매매 피해여성’으로 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지촌성매매피해여성지위위원회’ 설치, 의료 생활 법률지원, 진상조사 및 명예회복 사업, 외국인 여성도 내국인과 동등 피해구제 대상화 등이 주요 골자이다. 법안의 명칭은 “기지촌 성매매피해여성 진상규명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2012. 4. 13)이었는데, 처음부터 고민되었던 것은 첫째, 명칭의 문제로 ‘기지촌 여성’, ‘기지촌 성매매 피해여성’, ‘미군 위안부’ 등 여러 명칭이 혼재되고 정리가 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둘째, 해당 국회 상임위와 담당 행정부서의 문제이다. 여성인권 문제이므로 당연히 여가위나 여가부 소관이어야 한다는 주장과 주한미군의 문제이므로 국방위나 국방부도 무관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19대 국회에서는 당시 이 법안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김광진 전 의원이 법률안 발의를 주도하였다. 셋째, 일반적으로 기지촌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낮고 부정적인 인식이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남성들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저급한 태도와 부정적 인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한국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성, 남성우월주의, 군사주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광진 의원실 안의 명칭은 “기지촌 여성 인권피해 진상규명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2014. 7. 7)으로, 주요 내용은 조사를 위해 ‘기지촌여성인권피해진상규명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으나,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한 지원을 국방부가 담당하기로 하는 등 집행관련 주무부처의 타당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제시될 법률안은 조사권한이 부여된 진상규명과 실질적 지원이 명시된 법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1심에서는 공소소멸시효가 인정되지 않았으나, 혹여 보수적이고 기지촌여성인권 문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2심 재판부가 구성될 경우 이 문제는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예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법’에서처럼 법률에 의한 사건조사 이후 피해자가 사건을 인지한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하루속히 법에 의한 기지촌여성피해사건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적으로 20대 국회에서 조속한 통과를 위해서는 법안의 내용을 현실화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실도 초안 마련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으므로 현장단체들의 의지와 추진력을 모아 간다면 20대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는 희망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가다 지치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