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두레방 상담실장)
2014년부터 여성부는 문화관광부, 법무부, 노동부 등 각 부처들과 지자체, 관련 단체와 함께 외국인전용유흥업소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각 부처들은 업소와 기획사에 대한 시설적인 부분, 노동환경적인 부분에 대해 점검을 하고 두레방과 같은 관련 단체들은 업소에 고용된 여성들에게 불편한 상황이 있는지, 인권침해를 받은 부분이 있는지 대한 설문지 상담을 위한 협조요청을 받고 있다.
외국인전용유흥업소는 형식적으로 외국인을 상대로 유흥을 서비스하는 곳이다. 그래서 미군이 많은 기지촌에 대부분의 업소들이 있고 그 외 지방 중소도시와 항구 도시에도 포진해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외국인전용유흥업소는 단순한 유흥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강요된 성매매와 유사성행위 등 인권침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고용된 여성들은 대부분 이주여성으로, 언어와 지리적인 제약이 있는 낯선 환경 속에서 저항할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지고 임금착취, 성매매강요 등의 인권침해가 계속해서 보고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여성들의 인권침해를 막고 불법업소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자 합동점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단 정부가 불법적인 요소가 있음을 인지하고 직접 그 현장에 나가 점검을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여러 가지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두레방과 같은 여성단체들은 쉽게 접근하기 힘든 상황에서 여성 스스로가 본인의 상황을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고 정부 차원의 점검이기 때문에 불법요소가 발견된 업소는 바로 제제가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두레방도 몇 년째 협조하고 있지만 합동점검에는 늘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합동점검 현장에서 각 부처가 점검하는 모습과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크게 두 가지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첫 번째로 여성들과의 설문지 상담이다. 두레방은 합동점검 시 여성들에게 피해 사실이 있는 지 간단한 설문지 조사를 한다. 그 조사지는 한 장짜리 내용으로 월급, 휴무, 인권침해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질문들이다. 그러나 설문지 상담은 클럽 안에서, 업주가 동석한 자리에서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 어렵다. 심지어 두레방의 정보가 담긴 유인물조차 여성들에게 건네기 힘들 때도 있었다. 여성들은 종종 주어진 질문에 마치 짠 것처럼 일관된 대답을 하기도 했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는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것은 합동점검이 불시에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지자체 차원에서 업소와 시간 약속을 미리 하고 실시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업주와 매니저는 점검에 대비해 여성들이 받을 질문을 연습 시키게 되고 이를 거역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원치 않아도 실제 생활과 거리가 먼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주들은 아예 점검을 회피하기도 한다. 한 업소는 몇 일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고, 또 어떤 업소는 내부수리중이라는 핑계로 점검을 피한다. 그러나 실제 두레방이 아웃리치를 나갔을 때 안 한다던 업소들은 대부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또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한 여성들보다 더 많은 수의 여성들을 고용하는 클럽들도 허다하다. E-6 비자가 없는 여성이거나 일하는 곳을 허위로 신고하고 실제로는 기지촌의 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경우 합동점검 시 신고 된 여성들만 상담 할 뿐 실제 일하는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은 상담을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모르면 담당 부처가 사실상 기록된 여성만 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합동점검은 여성부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 된다. 그런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이미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차마 호소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진 여성이라면 과연 합동점검 상담에서 가해자 있는 가해현장에서 입을 뗄 수 있겠는가? 또 정부 관계자 여러 명이 한꺼번에 점검을 하는데 여성들은 이 사람들이 본인들을 돕는 사람들인지, 혹시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닌지를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진실을 말하기 두렵게 된다. 그래서 합동점검 시 여성들과의 상담에서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야 하며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합동점검에 대한 부분과 도움을 주기 위해 왔다는 부분이 충분히 설명이 된 후 상담이 이뤄져야 여성들이 마음 놓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커 질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합동점검을 잘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업주들과 기획사들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 또한 필요하다. 어렵겠지만 신고 된 기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단체와 아웃리치를 같이 하는 방법 등으로 현장을 더 가까이에서 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