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두레방 원장)
남편의 사역지가 제주도 서귀포로 확정되면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실무자 자리를 내려놓고 서울을 떠났었습니다. 16년 만에 두레방원장으로 돌아온 감회가 새롭습니다.
처음 두레방 원장 자리를 제안 받고 두려웠습니다. 제가 이 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달간 한국여성진흥원에서 ‘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과정’ 연수를 받았습니다. 더 두려워졌습니다.
그러나 자료를 읽던 중 두레방 창시자 문혜림선생의 말씀이 눈에 박혔습니다. “당신은 왜 그곳에 두레방을 만드셨습니까?” “그곳에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곳에 예수님이 말씀하시던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가 있었습니다. 두레방은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약자일 수밖에 없는 모든 여성들의 집합체였습니다. 가슴에 확 다가왔고 용기가 생겼습니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악하고, 더욱 음란해 집니다. 미군과의 불평등한 조약은 그대로이고, 기지촌에서 나이 들어가는 언니들은 물론, E6 비자로 유입된 수많은 빈곤한 이주여성들이 이 땅에서 아픔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땅은 유난히 가난한 외국인들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벼랑 끝에 몰려 발 디딜 곳을 찾아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며, 그들을 조금이라도 지지하려는 목소리를 내면 잡아먹을 듯 눈을 부라립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지금까지 두레방은 이주여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그 열매로 동두천에 상담소를 마련하여 한글교실, 공예프로그램, 상담 등을 지속해 왔습니다. 또한 평택에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외국인여성 전용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발을 내딛습니다.
의정부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할 것을 예상하고 두레방 역시 의정부에서 평택으로 센타를 이전하는 과제를 안고 준비하던 중, 2018년 기장 여신도회 전국연합회의 기금조성 사업으로 평택 내 최적의 장소에 부지를 구입하고 5월부터 건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레방은 첫째, 의정부 센타와 동두천 출장소를 재정비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모든 과제들을 잘 풀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둘째, 늘 그렇듯 이 땅에서 고통 받았던 고령의 우리 언니들과 또 다른 이주여성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전문적인 케어와 더불어 상담, 의료, 법률지원, 각종프로그램으로 그들과 울고, 웃으며 늘 함께 하겠습니다.
초대 원장이신 문혜림선생의 뜻을 이어가며, 21년 애쓰신 유영님원장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일을 하겠다고 의논했을 때 바로 즉각 고민 하나도 없이 OK 지지해준 남편,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한다”는 딸과 아들인 가족들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두레방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계속 그래 오셨듯 두레방을 위한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후원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오늘 하늘은 여름 같지 않게 유난히 높고 푸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