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뻘마을 길 건너에는 ‘검은돌’이라는 마을이 있다. 연임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검은돌 마을에 구들장 만드는 채석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검은’ 돌이 많이 나와서 검은돌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순이 언니가 트라우마치유활동가 신정식 선생님을 모시고 검은돌에 약초(?!)를 보여주겠다며 길을 나섰다. 놀이터를 넘어 수락산 둘레길을 가로지르면 조용하고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오래된 집들 주변에는 나이 든 주인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소담스런 화단과 텃밭들이 눈길을 끈다.
순이 언니는 둥글레를 보더니 “씨앗 좀 얻어서 가자”고 조른다. 언니는 뭐든 보면 가져다가 손바닥만 한 두레방 앞마당에 심자고 한다. 마당에는 이미 머루포도나무와 개복숭아나무, 산딸기, 까마중(깜뚜라지라고도 함, 가지과에 속하는 1년생초) 등 언니가 입양한 아이(!)들로 복작거리는 터라, 오늘도 언니를 말리며 옷자락을 끌어당긴다.
삼거리 길가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대뜸 언니가 신 선생님을 끌고 가더니…
“이게(오가피) 남자한테 그렇~게 좋은 거야~!”
그러고는 또, 맛있는 열매를 보여주겠다며 낮은 담장집 사이로 성큼 앞서 걸어간다.
“이건(구기자) 주인 할아버지가 먹어도 된다고 했어. 한 번 먹어봐! 맛있다!”
빨간 산수유 같기도 하고 작은 고추 같기도 한 열매인데 맛은 꼭 파프리카 같다.
“난 이런 거 먹고 다녀~”
진짜 그렇다. 언니는 옛날부터 산으로 들로 다니며 온갖 정체 모를 먹을(?) 것들을 가져오곤 했다. 제일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 <나는 자연인이다(MBN)>라고 하는데, 참말로 언니다운 선택이지 싶다. 정제되지 않은 진짜 자연인 순이 언니…
신정식 선생님은 언니가 자연해설사 같다고 연신 감탄한다. 언니도 그 말에 우쭐 좋아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선생님의 손에 오가피와 구기자를 한줌 쥐어드렸고, 뜻밖의 선물을 받은 신 선생님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언니들과 약속 하나를 했다.
“오늘도 제가 치유되고 가네요. 언제든 기회가 되면 함께 여행가요. 제가 운전기사 해 드릴게요.”
치유는 일방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순간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