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차 유엔 인종차별철폐 심의에 참석하며…
*글_두레방 쉼터 소장 김태정
2018년 4월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2012년 이후로 6년 만에 유엔에서 인종차별철폐 심의를 앞둔 시점이었다. 한국 정부는 측은 이미 2017년 10월 17-19차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였고, 이 정부 보고서에 반박할 ‘시민사회단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사무국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했다. 참고로 심의 내용 안에는 인신매매 이주여성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하여 연락의 요지는, 우리나라에 입국해 성착취 피해를 받고 있는 이주여성의 사례를 공유하고, 실태를 보고할 수 있도록 “두레방이 함께 사무국 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제안이다. 한편, 두레방은 이미 지난 2012년에도 유엔 인종차별철폐 심의에 앞서 성착취 피해 이주여성의 실태에 대한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터라 이번 역시 기꺼이 연대했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이번의 경우, 시민사회 보고서 작성뿐 아니라 제출부터 심의에 필요한 실무까지, 일체 사무국 활동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CERD)한국 심의대응 시민사회공동 사무국은, 총 47개 단체로 구성되었다. 사무국 활동의 핵심은, 앞서 잠깐 언급했듯 ‘정부 보고서의 반박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으로 유엔 심의위원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각 분야의 활동가들 및 전문가들이 작성하고 취합한 시민사회공동 보고서를 가지고 7월 20-21일 이틀에 걸쳐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이때 보고대회는 국내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홍보의 의미를 내포한 활동이자, 시민사회 보고서에서 놓친 지점을 찾고, 자문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시민사회 보고서에서 추가로 어떤 내용을 다뤄야 하는지 점검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현장의 활동가들에겐 서로의 조언과 경험담을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9월 21일, 보고대회에서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완성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제네바 출장 일정은 11월 27일부터 12월 6일까지 진행됐다. 그중 한국 정부 심의는 12월 3-4일 양일간이었다. 제네바 활동의 우선과제는, 심의 위원들의 관심분야와 성향을 분석 및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른 나라 심의도 참석했다. 또, 위원들이 요점만 바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료 제작 작업도 병행했다. 동시에, 심의 전후로 유엔 특별보고관(아래, 특보관)들과 미팅을 가지면서 ‘한국 내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중 인신매매 특보관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 특보관은 미리 전달된 우리 측 보고서를 읽고 질문까지 준비하는 등 성실하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 주었고, 한국의 ‘성착취 인신매매’ 상황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12월 3일 한국 정부 심의에 앞서, 오전 심의에 참석하는 위원들과 NGO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회의 순서가 있었는데, 그 짧은 35분의 시간 내에 시민사회보고를 해야 했던 상황도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 전날, 보고할 순서와 시간을 정해 연습해 두었던 터라 할당된 시간 안에 준비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는데 지금도 그때만 떠올리면 아찔하다.
NGO와의 회의 후 런치브리핑이 진행됐다. 런치브리핑 타임엔, 앞선 회의에서 채 다루지 못한 부분을 나누기 위해 사진 자료를 곁들여 한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 많은 위원들이 참석해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심도 깊은 질문들이 오갔다. 이후 이날, 오후 3시부터 한국 정부 심의가 시작되었고, 외교부·법무부·여성가족부·교육부·고용노동부·방송통신위원회·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총 16명이 심의에 참석하였다. 위원들은 시민사회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질타와 질문을 이어갔고, 한국 정부의 답변은 12월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었다. 그러나 실상, 한국정부는 이날 별다른 답변을 내 놓지 못하였다. 이에 한국 보고관을 맡은 게이 맥두걸 위원은 심의를 종합하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2012년 심의 이후 대한민국의 협약 이행 상황에 큰 진전이 없었고,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과 갈등이 국가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에 큰 우려를 표명한다.”또한 위원회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노동력을 제공하여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그에 따른 대가를 공정하게 인정받지 못 하고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종과 피부색, 민족과 사회계층에 따라 명확하게 국가의 부를 향유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분리하고 있는 현실을지적하였다.
부디, 한국 정부가 유엔 인종차별철폐 위원의 권고를 잘 새겨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길 바라는 입장이다. 오는 2019년 2월 22일 심의 이후의 이야기를 위한 자리로 국회에서 관련 정부부처와 시민단체 간의 토론회가 있을 예정인데, 정부의 성실한 답변 또한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