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 상담소&쉼터…….협동 구조 지원
자발적 성매매여성? 인신매매 피해 여성!
2019년 1월 중순, 태국대사관 민원을 통해 “경북과 부산에 있는 태국 마사지업소에서 이주여성들이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 바로 여성가족부 인권보호팀(아래, 여가부) 측에 의뢰·구조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여가부의 사전조사 후, 현장 경찰서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연이어 인력지원을 요청했고, 두레방 상담소와 쉼터가 두 팀으로 나눠 함께 구조지원을 실시했습니다. 경북과 부산, 두 곳의 마자시 업소 운영자가 한 가족임을 확인한 후 1.업주가 도주할 가능성과 2.여성들을 다른 곳으로 빼돌릴 위험방지를 위해 같은 시간대 동시 구조지원을 계획·실시한 것입니다.
4-5시간을 달려 도착한 현장에서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마사지업소 2곳의 업주 3명을 경찰서로 인계했고, 5명의 이주여성들도 경찰서로 인도해 초기인터뷰(상담)를 진행했습니다. 이때의 인터뷰는 인신매매피해자 식별을 위한 것으로 ‘착취와 피해 경로를 확보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특히, 피해 이주여성들은 ‘스스로 피해자’라는 인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자신의 인신매매 경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도 높아 초기 인터뷰 시 고충이 많습니다. 또 성매매피해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큰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인신매매자(현지 브로커)에 대한 두려움, (불법 입국, 불법 노동 등) 자신이 현지법을 어겼다는 두려움, 이로 인해 법 집행 당국에 대한 두려움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밖에 기존 업주와의 신뢰 및 유대적 관계, 상담원에 대한 신뢰부족, 외상으로 인한 기억상실 등으로 인터뷰 시 의도적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성매매피해 이주여성들을 상담할 때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하며, 무엇보다 ‘자발적’ 성매매 여성이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와 관련해 <인신매매 의정서> 제3조는 인신매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
곧, 특정 행위(act) 수단(means) 목적(purpose)에 해당하면 인신매매범죄에 해당됩니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80-90년대 일어났던 봉고차납치사건 같은 ‘수단’에 의한 사건만이 인신매매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 2019년대의 업주와 브로커들은 더 교묘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피해)여성들과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정서적으로 통재하고 조정합니다. 실제 인터뷰 결과, 여성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여성들의 취약점을 이용해 성매매산업으로 유입시켰습니다. 더욱이 여성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상황을 형성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곧 ‘동의’에 상관없이 인신매매가 성립됩니다.[인신매매방지 안내서 p3]
이번 구조지원 과정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여성들 스스로 인신매매피해 이주여성임을 확인하게 되었음에도 “단체의 지원을 원하지 않고 보호소에서 강제출국 절차를 밟겠다”고 의사를 밝힌 지점입니다. 업주와의 유대적 관계에 기인해 ‘업주가 처벌을 받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고, ‘단체의 지원 없이 강제출국 당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깨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같은 소통과 이해의 장벽을 허물지 못했던 큰 요인은 통역의 부재입니다. 당시, 현지 프리랜서로 일하는 통역관이 있었지만 그에겐 단체 지원 내용과 활동의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피해’여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는 점을 대화 중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 언어(text)만 전달하는 통역기가 아닌, 상담원의 감정과 마음까지 전달해 주는 그야말로 ‘통역(通譯)’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한편, 어떤 이유에서든 여성들의 선택권과 결정권은 보장받아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하기에 결국, 3명이 여성은 보호소로 인계 강제출국 되었고 다른 2명의 여성은 쉼터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두레방 쉼터에서는, 보호소로 인계된 여성들의 거취 여부를 확인하여 귀국지원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앞으로 긴급구조지원 시 다누리콜센터(1577-1366), 지역센터 통역 활동가와 연대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한편,쉼터에 보호된 다른 2명의 여성들은 법률지원과 자활지원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업주가 합당하게 죗값을 치르고 처벌받기까지 우리에겐 긴 투쟁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이 기간, 여성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잘 싸울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