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 심의가 있었고, 같은 해 12월 14일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이제 한국 정부는 이 최종견해에 대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2019년 2월 22일, 각 정부 부처에서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계획 유무 여부와, 사례를 지원하는 단체·변호사·학자들의 조언과 연대를 위한 자리인 ‘정책간담회’가 국회에서 진행됐다.
개인적으로 진보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일까? 당일 정부의 답변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별다른 계획이 없어 보였고, 특히 현장에 참석한 수많은 지원 단체들을 앞에 두고 여러 제도에 대해 나열하는 모양새가 마치 “우리는 이미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들렸다. 반면, 현장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 지원하는 단체들에 의하면, “정부가 말하는 제도들이 잘 이행되지 않고 있을 뿐더러, 그 제도가 오히려 이주민들을 옭아매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계속해서 각 담당 부서의 이행 계획과, 이주여성보호·결혼이민자·다문화가족·인신매매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계획이 이어졌다. 각별히 인신매매 부분 답변에서 “당국에 피해를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본적인 체류 자격 및 지원을 제공할 것과, 상담·숙식 제공, 법률 지원, 일자리 제공 프로그램 연계와 귀국지원을 하고 있다” 말했고, 공연기획 시설 업무 관련해 “관계 부처 간 합동 점검 계획”과 공연기획사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 업무계획,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 상담소를 늘릴 계획에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장 활동가들이 느끼는 바에 의하면, 한국 정부의 몇몇 답변과 이행 계획은 현실과 괴리가 컸다. 즉, 피해 여성들을 위한 의료, 법률 지원 진행 등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결정적으로 ‘안정적인 체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실제 지원이 어렵다.
소송이라는 눈에 보이는 증거서류가 있어야만 변경 가능하고, 경찰조사 중이거나 의료·심리지원 부분에서는 체류자격 변경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2014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각 정부 부처와 함께 합동점검은 오로지 외국인전용업소에 국한된 것이고, 정작 다각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성착취 현장에 대한 점검은 없다는 것이다. 또 고지 및 진행하는 합동점검은 피해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며 도리어 ‘업주가 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 및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성착취 피해 현장은 외국인전용업소뿐만 아니라 태국 마사지업소의 형태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이주여성의 피해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 “이주여성을 위한 상담소 설치에 대한 계획이 있다” 답변 한 것으로 사료되긴 하나, 안정적으로 지원 받은 수 있는 환경, 즉 체류자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과연 이주여성 피해자가 온전히 상담을 받으러 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번 간담회는, 앞으로 민관이 소통하는 자리를 열어주는 첫 단추라 생각한다. 정부와 단체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고 소통하면 더 나은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민관이 소통하는 자리가 얼마나 자주 마련될지 모르겠지만 “제도 안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각 정부 부처가 알았으면 한다. 사람이 스스로의 권리를 알고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행위가 결코 잘못된 건 아니라는 것을…
(*본 글은, [UN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정책간담회] 내용 중 두레방 활동과 연관된 부분에 집중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