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친구들이 말하길, 세상물정 모르고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사람, 사람을 쉽게 믿고 이유 없이 낙관적인 사람이래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요. 잃은 게 많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 얻는 게 더 많거든요.
Q. 두레방 쉼터에 어떻게 오게 되었으며, 이전까지 어떤 활동을 이어오셨나요?
A. 작년 여름에 남편이랑 같이 평택의 한 공원을 걷다가 ‘아떼리(쉼터 활동가 미현 선생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차츰 친해지면서 아떼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곳인지 넌지시 알게 되었고, 2018년 겨울 두레방 쉼터 활동가 채용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전에 저는 필리핀에서 지역아동과 장애인 대상 활동을 하는 단체에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가정방문으로 생활·의료지원을 했었고 센터 내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담당했습니다.
Q. 필리핀 활동 경험과 뛰어난 영어구사력으로 두레방 쉼터의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고 들었습니다. (^^) 면접 당시 기억에 남는 질문이나 답변이 있나요?
A. 김태정 소장님께서 제 운전면허증이 1종인지, 그리고 실제 운전 가능자인지 물어보셨는데, 둘 다 아니라고 하니까, “아, 앞으로 나만 죽어나겠다” 라고 한탄하셨었어요. (웃음) 그게 기억나네요.
Q. 두레방 쉼터는 어떤 단체라는 생각이 드나요?
A. 클라이언트(client)들과 보이지 않는 관계, 그리고 쉼터 이용자들 간의 관계가 다른 어떤 일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아요. 공공의 서비스를 단순 제공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사이에 부대끼면서 일하는 곳이에요. 사랑이 있어서 좋고, 열정이 있어서 좋은 곳. 하지만 소소한 다툼도 있고 질투도 있는 곳. 그래서 더 사람 냄새 나고 좋은 곳!!!
Q. 앞으로 두레방 쉼터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A. 지금은 배우는 단계고 모르는 게 더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고요, 주어진 일을 잘 해냈으면 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한계를 인정하면서 일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Q. 단기간이긴 하지만, 두레방 쉼터를 직접 경험해보니 하고자 했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드나요?
A. 네. 아니 그 이상 같아요.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이 무엇이었을까? 그냥 막연하게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보람을 느끼는 감정만으로 되는 곳이 아니라 관계, 지식, 감정컨트롤, 경험, 절제, 전문성이 더 많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매일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Q. ‘두레방쉼터’로 5행시 한 번 지어볼까요?
(좀 낯간지럽겠지만,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제목: 두레방쉼터가 너에게…
두 두고 떠났던 / 레 네 마음속의 중요한 무언가 때문에 / 방 뱡향을 잃고 방황하는 너에게 / 쉼 쉼표가 되어주고, 삶의 / 터 터전이 되었으면 좋겠어
Q. 끝으로 두레방 후원자 및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레방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쪽(성착취피해 이주여성, 외국인지원시설)분야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신 분들 같아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회문제에 관심 주시는 게 멋지고,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