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 활동가: 백은정
한국여성재단에서 진행하는 2019여성공익단체역량강화지원사업 쉼프로젝트, “짧은 여행, 긴 호흡”에 참여하였다. (사)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연대 단체)에서 구성된 실무자들-일명 ‘날다(날 다시 일으켜 세우다) 7인’이 지난 8월 25일(일)부터 31일(토)까지 인도네시아 반둥과 자카르타를 방문한 것이다. 이번 방문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인도네시아 반둥에 위치한 <파순단 두레방(Pasundan-Durebang Women’s Crisis Center)>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쉼과 동시에 다른 나라의 활동 모습을 접함으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됐다.
서부자바 지역에서 유일한 단체, 파순단 두레방
인도네시아 반둥에 있는 파순단 두레방은, 한국 두레방에서 인턴십(internship)을 거친 활동가 2명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상담원 5명과, 변호사 1명, 심리상담원 1명, 봉사자 6명까지 총13명의 스태프가 함께 하고 있었고, 주요 활동 내용으로는 인신매매, 성매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한다.
금번 인도네시아 방문단은 파순단 두레방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이 많았다. 무슬림이 많은 인도네시아, 혹시나 종교적인 갈등으로 인해 지원활동 중 어려움은 없었는지부터 시작해, 피해 내용 및 지원 방법, 피해자의 연령, 정부와의 관계, 센터 운영 방법 등등에 대해 기탄없이 물었다. 특히, 가정폭력과 성폭력, 인신매매와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고충이 따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이는 문화적·종교적인 교류의 부재로 생긴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현재 파순단 두레방 센터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에 의하면, 본인 또한 무슬림이며 주변에서 오히려 두레방 활동을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무슬림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차별적인 언행을 하거나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 파순단 두레방은 종교에 상관없이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기에 무슬림이라 해서 역차별하지 않고 동일한 조건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파순단 두레방의 전반적인 활동은, 서부자바 지역에서 유일하며,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내에서 두레방은 매우 특별하고도 의미 있는 곳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남쪽자바 지역에도 비슷한 활동을 하는 연대 단체 <사파>가 하나 더 있다.)
파순단 두레방 지원 사례 중 모로코에서 온 여성을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소통의 어려움이 매우 컸다고 한다. (이 사례의 경우, 정부 쪽 관계자와 같이 진행했다고 한다.) 통역사의 역할과 필요를 다시 한 번 절감한 순간이었다. 또한 파순단 두레방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해외에 가서 일하는 경우도 상담과 지원을 병행하는데, 불법체류자일 때는 관련 서류가 없어 도와줄 방법을 찾기 어려워 안타깝다고 했다. 더구나 ‘외국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것’이 위험한지조차 모르는 여성들이 많으며, 국가는 주로 가까운 말레이시아로 간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 체류 신분으로 벌금을 지불하지 못 할 경우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
지원 사례 중 제일 나이가 어린 여성은 11살(A)이었으며, 당시 A의 아버지가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에 딸의 나이를 22살로 위조해 A를 팔아 센터로 오게 된 사례라고 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가정폭력으로 주로 상담을 진행하며, 이때 가급적 남자상담원이 사례를 맡는데, 이 같은 케이스는 수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정부에서 나오는 금전적 지원은 없지만, 복잡하거나 난해한 사례의 경우, 정부 측에서 같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립지원프로그램(한국으로 치면, 쉼터 및 자활프로그램)으로 연계하기도 한다. (이때, 타 단체에서 쉼터 프로그램으로 연계하고자 할 때에도 파순단 두레방을 통해 지원이 이루어지는 구조였다) 그 밖의 경제적인 지원은 현지 교회를 통해 받아 운영 중이었다.
남쪽 자바에 위치한 단체 <사파>
사파는, 성폭력에 노출이 심한 곳을 기준으로 10개 지역에서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연구 활동 형식으로 진행되다가 결정적으로 정부에서 피해여성들을 지원하지 않자 직접 센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상담과 지원, 교육 등이 있는데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피해자가 단체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으며 이때, 본인의 권리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이후 의료지원이 필요한 경우 병원을 같이 가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 경찰도 동행한다. 또 임신부에겐 출산 지원과 동시에 출산 후 양육에 필요한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각종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이들은,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가정방문을 통해 정기적으로 상담을 실시한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본인들이 원할 경우 이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는데, “실제 이혼했을 시 여성 혼자 어떻게 자립하는지?” 문의하니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립지원 프로그램(파순단 두레방을 통해)으로 연계한다고 했다.
사파에서 접한 제일 어린 가정폭력 피해자는 3살이었는데, 이 역시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사파 단체에서는 이곳에 속한 10개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으며 권리 교육도 꾸준히 진행한다. 나아가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연구한 내용들을 정리해 정부에 정책제안을 하는 등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금번 “짧은 여행, 긴 호흡” 인도네시아 일정이 가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신 김O훈 목사님, 이O 목사님, 카O라 목사님, 그리고 활동가 리O아, 통역을 도와준 영O, 조O옥 선교사님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