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리(두레방 활동가)
순희 언니와 쭌은 개살구나무에 열린 열매를 세고 있다. 하나, 두울, 셋…
순희 언니(아래, 언니) : 야, 여기 봐, 여기. 여기 열렸잖아!
쭌 : 어디?
언니 : 쪼~기!!
쭌 : 어디? 아, 찾았다!
언니: 올해는 세 개나 열렸네! 처음 열린 거야
강시리 : 언니, 개복숭아는 언제 심은 거예요?
언니 : 그 (두레방) 세 번째 원장이 누구지?? 그때 현자하고 나하고 만든 작품이야. 씨를 다 먹고 깨끗이 씻어서 이틀 담가뒀어. 그리고 여기에 씨를 심었어. 원래 다섯 개 심었는데 두개가 올라온 거야.
강시리 : 그럼 족히 20년은 된 거네? 그땐 여기(현재 두레방상담소 건물) 보건소였잖아?
언니 : 보건소였어. 그때 현자하고 나하고 여기다 심은 거야. 연탄보일러 땔 때였어. 요기가. 이 머루두 만 오천 원 주고 산거야.
언니 : 이 솔나무는 산에서 꺾어다 심은 거야.
강시리 : 이 아이(솔나무)는 이제 완전히 뿌리가 자리 잡은 것 같아. 근데 여긴 얘한테 너무 좁겠다. 내년 봄에는 넓은 곳으로 옮겨줘야 할 것 같아.
지난 7월. 순희 언니가 살고 있던 월셋방의 집주인은 땅주인과 보상금을 받고 나가기로 계약을 마쳤고, 잔금은 7월 말 거주민들이 모두 퇴거한 후 받기로 하였다. 월세방 계약기간이 2020년 4월까지로 되어있는 순희 언니는, 갑자기 방을 빼야 하는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이사비용을 달라고 말했다. 이에 집주인은 ‘그런 게 어딨냐’며, ‘곧 집을 철거할 예정이니 7월 말까지 어서 나가라’고 했다.
순희 언니가 버티자 집주인은 자기 아들을 불러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적으로 나왔고, 언니는 무섭고 놀란 마음에 언니와 인연이 깊은 박경태 감독(두레방에서 활동했었다. 대표작 <나와 부엉이>. <거미의땅> 외 다수)에게 연락했다. 다음날 언니와 나는, 박경태 감독과 함께 의정부경찰서를 찾아가 보호신청을 진행했다. 보호신청을 하면 주기적으로 순찰차가 언니의 집 주변을 순찰하고, 언니의 핸드폰번호를 등록하여 위기상황 시 언니가 112를 누르면 경찰이 위치를 추적해 바로 출동이 가능하다.
보호신청을 했음에도 언니는, 집주인이 자기 아들을 내세워 가한 협박을 복기하며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워했다. 한동안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거리를 배회했다. 그렇게 배회하다 늦은 밤이 되고, 집주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방에 들어가 쪽잠을 자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집주인은 언니를 따로 불러 “다른 세입자들에게는 한 푼도 안 줬는데, 당신만 주는 거다”라는 얄팍한 계산어린 멘트와 함께 50만 원의 이사비용을 주었다.
가족(힘) 없는 독거노인으로만 생각했던 순희 언니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집주인은, 돌연 입장을 바꿔 언니를 구슬려가며 그렇게 능숙하게 일을 마무리했다.
순희 언니는 월세방에 있던 모든 세간살이를 포기하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빼뻘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임시숙소로 거처를 옮겼다.
두레방 마당은 순희 언니의 정원이다. 그는 이곳에 온갖 씨앗과 모종들을 빼곡히 심어두었다.
언니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지금,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할 채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