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정예진(두레방 쉼터)
작년 12월 14일, 처음으로 두레방 쉼터에서 진행하는 크리스마스파티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명절이 따로 있어서인지 크리스마스 하면 커플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분들의 문화는 달랐습니다. 다들 12월 달이 시작되기 전부터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렘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서운한 마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있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크리스마스파티를 구성하였습니다. 카드를 만들고 파티 장소를 섭외하고 음식을 정하고 게임과 함께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바랐던 점은, 크리스마스파티를 순조롭게 시작하고 끝마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12월 14일이 왔고 우리는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이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문을 열어주기로 한 시간에 열어주지 않은 탓에 짐을 들고 밖에서 기다려야 했고, 케이크를 사야 했는데 주변 빵가게를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결국 못 샀습니다. 또 파티 장소로 섭외했던 아담한 사이즈의 바 안, 정중앙에 못 본 사이 포켓볼기구가 고정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준비한 게임을 진행하려면 이런 고정물이 있으면 안 되는데…어떻게 하면 좋지?
한편,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이 많은 스태프들과 달리 함께 있던 내담자 분들은 갖가지 상황에 개의치 않고 이미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완벽하고 빈틈없는 프로그램을 해서 좋은 크리스마스파티가 되는 게 아니라 함께 있기 때문에 소중한 파티가 될 수 있음을 그제야 비로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우려했던 수많은 변수들이 무색하리만큼 우리 모두는 즐거운 파티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특히, 눈을 가리고 루돌프의 얼굴을 완성하는 방식의 게임을 통해 모두가 응원하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였습니다. 다소 유치할 수도 있었던 방식의 게임과 작은 퀴즈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2부 순서 노래자랑을 할 때 역시 마이크, 스피커, 컴퓨터도 조금씩 말썽이었지만 그쯤 되니, 이런 것들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실수하면 그것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화내는 모습이 일상인 이 사회에서 익숙하지 않은 모습,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즐기는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우리가 이 시간에 함께한다는 소중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저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마지막엔 선물교환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받은 선물은 기모 잠옷입니다. 너무 따뜻하고 포근한 잠옷이라서 파티 이후 매일 그 잠옷만 입고 잠을 잡니다.
지난 크리스마스파티는 정말 따뜻했습니다. 한국에서 보통 행사를 진행하게 되면 대부분 예민해지고 중간 중간 체크하느라 정작 진행하는 스태프들은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난 날 우리는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로서로 배려가 넘쳤고, 여유와 정취가 가득한 파티여서 좋았습니다. 부족한 점이나 실수도 있었지만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함께 있고 서로 행복한 것이 더 우선 될 수 있는 크리스마스파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