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두레방활동가
두레방에서 활동하며 “여성스럽다”라는 표현을 상담소에서 사용했다가, 지적당한 적이 있다. 성평등 측면에서 최소한 상담소 내에서 그 같은 표현은 지양하자는 것이다. ‘아차’ 하긴 했지만, 사실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평소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나의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했음을 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무지했고, 고지식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내 삶의 문화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여하튼 그간 꼰대였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열린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해왔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2020년 4월 두레방에 지원할 당시, 관심은 많았던 반면 관련 분야 경험이 없었기에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이후 본격 실무에 뛰어들면서부터는 두려움이 배가 되었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걱정은 더욱 커졌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욕만 가득했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에 뛰어든 나에게, 지난 7월 20일부터 약 3주간 실시된 성매매방지 상담사 실무자 양성교육은 마치 오아시스와 같았다. 신입활동가인 나에게 기본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상자와 영역의 사례들을 접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대상자의 국적과 연령 등이 다를지언정, 기본적인 착취 과정과 구조, 그리고 피해 내용 등 공통분모가 분명히 있었다. 피해자 및 내담자들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 또한 동일하다. 특히, “성매매피해에 대한 이해 및 상담원의 자세”라는 교육이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다. 마침 내담자와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으로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더욱 와 닿았다.
우리는 타인을 판단할 자격도 없거니와,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내담자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중 하나일 뿐, 그들 개개인의 역사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또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려 들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상담원이라는 명목으로, 내담자들보다 우위에서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려 하는 것은 교만이다.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내담자들의 아픔을 알기에 이해한다는 거만함이 나에게도 있었고, 이 같은 생각은 배려가 아니라 교만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교육을 통해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신 여러 상담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집합교육과 온라인교육이 병행되는 등,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터무니없이 부족하여 아쉬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이 세상에 이렇게 멋진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든든해졌고, 스스로 더욱 힘낼 수 있는 자극이 되었다.
신입활동가로서 갈 길이 멀었음을 새삼 실감했던 시간들이었지만, 좀 더 나은 활동가로 성장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내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