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 성희영
2016년 일명 깔창생리대 기사가 난 이후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 시행중이다. 하지만 이런 선별적 혜택은 예민한 청소년기의 청소녀의 상태를 감안했을 때, 우리 집의 낮은 소득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이번 경기여성연대 주최로 진행된 7개 지역토론회(경기도 성평등기금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업)를 진행하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이런 선별적 혜택을 넘어서 월경용품 보편지급의 정책이 필요하다.
경기도 여주시는 지난해 4월 전국 최초로 만 11~18세의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월경대를 무상지급하는 조례를 제정하여 월경대를 무상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 또한 올 1월 여성 청소년에게 보편지급하는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지사의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어려운 청소년에게만 선별지원한다는 낙인효과 때문에 상처받고 꺼리는 학생도 많다”고 지적하며 보편지급에 대한 의미를 강조하면서 경기도의 청소녀에 대한 월경대 보편지급이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부족한 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① 조례명이 위생용품이나 보건위생물품으로 정확치 않다. 월경을 월경이라 말하지 못하고 위생 또는 보건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월경을 다른 용어로 대체하고 있는 것은, 월경이 더럽다거나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월경을 혐오하게 되고 그것이 월경을 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용어의 사용은 인식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다시 ‘월경’이라는 용어를 되찾아 와야 한다.
③ 월경이 권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은 정책의 변화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청소년들에 한정해서 보편 지급 하는 것이 아니라 월경을 하는 모든 여성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여성은 개인적 차이는 있지만 40여 년의 기간 동안 월경을 경험한다. 인간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이 사회의 시스템은 월경을 하지 않는 남성의 신체구조에 맞게 구축되어 있다. 월경을 하지 않는 몸처럼 일 년 내내 남성과 같은 속도로 효율성을 요구받는다. 뿐만 아니라 의학적 연구와 의약품 또한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는 고려되지 않은 채, ‘인간=남성’이라는 기준으로 구성된다. 월경을 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월경전후증후군으로 긴 시간동안 고통을 받지만 어떻게 그 고통을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은 공공보건의 이름으로 논의되지 못한다.
직장에는 보건휴가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는 생리 시 결석인정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노동자의 보건휴가를 근로기준법으로 보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장에 따라서 마음껏 사용하기가 어려운 조건이 여전히 존재하고 학교의 경우에도 학교마다 시행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내가 만난 안산의 한 청소년은, 학교에서 산부인과 가서 의사의 진단서를 가져와야 결석이 인정된다고 했다면서 그건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산부인과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학생이 대다수이고 산부인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임신을 했거나 하기 위한 여성들이 가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병원에서 진단서를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당장 월경으로 통증이 있음에도 그걸 증명해야 한다니…. 2020년에도 월경에 대한 인식은 여전한 것 같다.
어쨌든, 여성의 월경이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여겨지거나 비밀스러운 것으로 치부되는 한, 월경을 여성 인권의 한 권리로 논의되기가 어렵다. 인권이라는 것이 인간의 투쟁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월경권도 여성의 건강권 중 일부임을, 우리 여성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경기여성연대가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갔던 것 중 하나는, 보편지급의 대상을 여성 청소년을 넘어서서 여성 노숙자, 여성 재소자 등 여성 전반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여성 전반에는 대한민국 국적만이 아니라 두레방과 함께 하고 있는 이주여성들과 그의 아동들까지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주여성들 중에는 미등록된 여성들이 존재하고 그 미등록 여성들이 출산한 아동, 청소년들도 있다. 인권의 관점으로 월경을 재인식한다면, 권리는 국적으로 제한될 수 없기에 월경권을 보장하는 그 대상도 자국민을 넘어서 미등록된 이주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다.
기지촌 이주여성들과 함께 하고 있는 두레방에서 이주여성들의 월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들을 먼저 시작해 보면 좋겠다. 당장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하기 어려우므로 월경권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캠페인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다양한 월경용품 제공과 월경전후증후군에 대한 여성들과의 소통, 월경전후증후군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간단한 체조를 배워보기도 하고 여성의 몸과 환경에 좋은 면월경대 만들기를 진행해 보는 등의 다양한 사업들을 고민해 보면 좋겠다.
♦♦2020년 10월 16일, 제2회 경기도민 정책축제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안심하고 월경할 권리’를!>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한 김채윤(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박사의 “건강하고 사생활이 보호되는 여성청소년의 월경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