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목요일 밤. 동두천 기지촌 클럽 거리가 텅 비어있는 상태로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클럽 몇 군데 빼고, 거리의 클럽, 바(bar), 음식점, 가게들이 모두 문이 닫혀 있었기에 밤이면 늘 밝은 간판과 조명에 비추어져 있는 클럽 거리는 완전히 어두웠다. 길고양이들 빼고 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주한미군의 락다운(외출•외박 통제) 조치로 인해 미군들이 클럽을 다닐 수 없었다. 특히 평택 캠프 험프리스와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기지촌 업소들은 2월말과 3월에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당시에 동두천 클럽 거리는 비어 있었고 손님들은 없었지만, 기지촌에 이주여성들은 여전히 있었다. 클럽에서 기다리다가 손님이 없어서 쿼터(술 할당량)를 채울 포인트를 얻지 못한 상태로 퇴근했다. 미군들은 락다운 중이었고 클럽을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군 전용으로 영업하는 업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대부분 동안 휴업했다. 미군과 그 외 다른 손님 대상으로 장사하는 업소들만 꾸준히 영업했다. 업소 5군데에서 10군데가 집합금지 명령 기간 외 이렇게 펜데믹 내내 영업했다. 다른 지역에서 이주여성을 고용하는 한국 클럽과 노래방들도 마찬가지다.
기지촌 휴업과 이주여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휴업한 업소들이 많았다. 팬데믹 초반 휴업하는 곳이 생기면서 업소를 이탈하는 이주여성들도 있었다. 이유는 프로모터(기획사 관계자)가 갑자기 와서 여성에게 짐을 빨리 싸라고 해서 였다. 여성은 아직 코로나19로 휴업하지 않은 먼 지역의 업소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프로모터가 갑자기 나타나서 여성을 다른 업소나 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갑작스럽게 다른 업소로 가야하는 일이 충격적이고 두려웠기 때문에 업소를 이탈한 여성들이 있었다. 코로나19 감염도 두려워했고 멀고 먼 지역으로의 이주도 두려워했다. 여성들은 팬데믹 중에 집, 일자리, 그리고 어떤 사례는 신분증도 없이 클럽에서 나오게 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프로모터와 업주로부터 잡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경기도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명령 기간이 7월초 끝날 때까지 이주여성들을 고용한 업소도 있었다. 팬데믹이 시작한 뒤로 여성들은 업소에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 휴업 중 여성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허락한 업주들이 있었지만 클럽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은 클럽에서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고, 그 때문에 한국에서 다른 업종의 일자리를 구하는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주여성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못 구하게 한 업주들도 있었다. 이처럼 캠프 케이시 기지촌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몇 개월 동안 돈을 벌지 못하고 자유롭게 출입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클럽 숙소에서만 지냈다. 집합금지 기간이 종료된 7월초까지 숙소에서 버텼지만 미군들은 계속 클럽 출입을 못했고 업주가 휴업을 연장하게 되면서 결국 동두천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 내담자들도 있었다. 팬데믹 내내 영업한 업소에서 일한 내담자도 있었다. 그들은 코로나19 감염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쿼터를 채워야 하는 힘든 상황을 버텨내야만 했다.
일해도 두렵고, 안 해도 두렵다
팬데믹은 기지촌 클럽과 한국 업소, 노래방에서 일하는 내담자들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 노출시켰다. 미등록 이주여성 내담자들은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생계비가 매우 부족해서 힘든 한 해 였다. E-6비자로 체류하는 내담자들은 클럽 숙소에서 지냈지만 똑같이 경제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담자들은 한국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지만 더 큰 문제는 내담자들의 가족이었다. 내담자들은 자신의 생계비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필리핀에서 봉쇄(lockdown) 조치로 이동할 수 없었던 가족에게 생계비를 지원할 수 없었다. 지역 봉쇄 조치로 인해 생계비 버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동네 슈퍼에 다녀오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하는 상황이었다. 내담자들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힘들게 사는 본국의 가족들을 돕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팬데믹은 또한 성산업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을 난감하고 위험한 처지에 노출시켰다. 여성들은 자신과 본국 가족의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산업 또는 유흥업소에서는 손님과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담자들은 두려워했다. 동시에 내담자들은 가족의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일을 못 하는 휴업 상태도 두려워했다. 내담자 중 몇몇은 돈 없이, 또는 빌린 돈으로 팬데믹을 버티면서 본국의 가족을 도울 수 없는 것에 대해 무력감과 불안감을 느꼈다.
성산업, 이주와 여성
성산업에 있다가 나와서 바로 다른 업종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업소를 이탈한 이주여성들은 구직의 자원과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산업을 이탈한 이주여성 내담자들 중에 이탈 후 종사한 일자리를 팬데믹 내내 계속 유지한 내담자들도 있었다. 반면 팬데믹 중 업소를 이탈한 내담자들의 대부분은 몇 달 동안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지 못했고 불안감이 심했다. 클럽에서 나온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한국 클럽이나 노래방에서 기본급도 받지 못하고 테이블 커미션(“테이블 차지”)만 받으면서 일할 수 밖에 없는 내담자들도 있었다. 하반기 후반이 되어서 업소에서 나온 내담자들이 슬슬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용주가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몇 주 만에 내담자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미등록 이주여성들은 평소에도 불안정한 경제활동을 하게 되고 일자리를 구해도 낮은 임금을 받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더욱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주배경 속에서 국내에서도 많은 이주를 하고 있다. 팬데믹 중 거주지역이 계속 바뀌었던 내담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일을 위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여 적응하지만, 얼마 안 가 팬데믹으로 회사가 어려워져 더 이상 회사는 그들을 고용할 수 없게 되고, 그러 또다시 이동해야 했다.
코로나19와 미등록 이주여성
두레방의 대부분 이주여성 내담자들은 한국에서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대체로 면역력이 약한 편이다. 팬데믹 초기에 내담자들은 쌀, 손소독제와 마스크(당시 미등록 이주민들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없었다) 같은 생필품을 요청했다. 건강보험 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강화된 면역체계뿐이라고 하면서 비타민을 요청한 내담자들도 있었다. 팬데믹 중 두레방 활동가들은 이주여성 내담자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통해 내담자가 거주하는 지역, 건강과 전반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지원사업에 완전히 배제된 내담자들은 팬데믹 내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불안감과 걱정을 여러번 호소했다. 내담자들은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거나 접촉자로서 추적당하는 것, 심지어 1339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나 다누리콜센터에 문의하는 것 자체에 대한 출입국 단속에 두려움이 컸다. 2020년에 이주여성 내담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병원에 갈 여유가 없었기에 두레방은 의료지원을 많이 하게 되었고,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업소 이탈한 건도 많은 편이었다. 두레방은 성착취 피해 상담소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많은 미등록 이주민지원 단체들처럼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나 후원물품 전달에 역할도 하였다.
2021년에 업소를 이탈하는 내담자들은 계속 일자리 구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경제 상황에서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노동력으로 쓰일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성산업의 프로모터들, 브로커들과 업주들은 당분간 이주여성들을 해외에서 입국시킬 수 없고,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에서 -다른 일자리를 쉽게 구하기 힘든 경제이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여성들은 성산업에 재유입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고, 묻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한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들을 위한 백신을 어떻게 진행할지 염려스럽다. 그들을 위해 충분한 백신이 확보될까? 팬데믹 초반에 미등록 이주민들은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었고, 마스크 배급이 풀린 뒤에야 구매가 가능해졌다. 마스크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등록 이주민들이 백신을 받으려면 줄 맨 뒤에 서야 할 것 인가? 그들에게 백신이 무료로 제공될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내담자들에게 2021년 백신 맞을 돈을 준비하라고 하면서 두레방도 후원모금을 슬슬 시작해야 할지 궁금하고 또 염려된다. 무엇보다도 한국 성산업에서 일하거나 한국 사회에서 불안정한 생활을 해온 미등록 이주여성 내담자들이 한국 생활로 인해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할지 가장 걱정이 된다.
*2020년에 두레방은 여러 단체와 개인 후원자 덕분에 이주여성 내담자들에게 쌀, 마스크, 손소독제, 코로나19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연대와 후원해주신 분들, 단체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