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상담소 원장 김은진
두레방 활동가들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4/9~6/4까지 매주 금·토 총 34강의 교육을 받는 100시간의 여정에 발을 들여놓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긴 시간의 교육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오랜만에 머리로, 눈으로, 가슴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 정신없이 허우적거렸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나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았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나에게는 힘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상담소 원장이기 전에 한 사람의 상담가로서 초심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주여성들이 겪는 삶의 높은 장벽과 녹록지 않은 현실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첫 시간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책임연구원 문현아 님의 〈젠더와 이주〉로 문을 열었다. 국제이주 현황과, 아시아 여성이주 동향변화, 한국으로의 여성이주 변화 등을 살펴보았으며 글로벌 정치경제는 이주의 시대로 가고 있는 반면 한국인들의 이주에 대한 개념 부재를 꼬집으며, 본인이 몸소 체험한 차별의 경험도 나누어 주셨다. 계속해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허오영숙 님의 〈이주여성상담사례연구 및 실무실습〉, 한국여성의전화 이사 고미경 님의 〈여성인권과 폭력, 가정폭력의 이해〉 시간을 통해,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당신 탓이 아니다” 등등 주옥같은 강의들을 놓칠세라 한 자 한 자 받아 적었다. 이밖에도 〈상담기법 및 프로그램〉으로 DISC행동유형을 실습했는데 이를 통해 조직의 구성원이 얼마나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 다른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앉아서 듣는 수업보다는 몸을 움직이며 실습하는 것이 즐겁다. 한편, 한창 재밌게 대면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던 차,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4월 30일 중후반부가 온라인강의로 전환되어 아쉽기도 했지만, 모든 강의들이 알차고 다양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체 교육에 임했다. 마지막 수업일은 수료식을 위해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로 향했다. 헤어짐의 아쉬움과 종강의 해방감으로 발걸음이 무겁기도, 가볍기도 하였다. 몽골, 중국, 캄보디아, 대만, 베트남 등 여러 나라 출신의 동기들과 공부하는 새로운 경험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온라인 강의 화면에서 졸고 있는 동기들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덤으로 얻었다. 무엇보다 이번 교육을 계기로 계속해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세상은 복잡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 내담자들의 문제 역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여성의 노동이주, 결혼이주, 나아가 인신매매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두레방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주여성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한국의 다문화 가족정책과 체류관련 법적 절차, 이혼관련법, 여성폭력에 대한 여성주의적 상담기법, 폭력피해 이주여성 지원체계 등을 통해 현장에서 더 많은 이주여성의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출구가 생겼다고 확신한다. 여성폭력에 대한 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상담원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번 교육에 두레방 막내 활동가와 함께해서 외롭지 않았고, 동료애를 느낄 수 있음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