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쉼터 활동가 슬슬
2021년 4월 두레방에 첫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평범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오래전부터 남을 돕고 봉사하는 것에 보람 있어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선한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두 달 동안 두레방 일을 하면서 든 생각은 이쪽 분야에 관심은 많았지만 반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다. 코로나 여파로 아직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실무에 뛰어들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전에 일했던 환경들이 이 일을 시작하면서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다녔던 회사생활과 이곳의 패턴이 달라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다양한 내담자들의 피해 사례들을 읽고 접하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됐다. 열정 하나로 시작했던 나의 마음과 오만함에 부끄러워졌고, 사례들을 놓고 머릿속에서만 ‘이건 이렇지 않을까, 아마 저럴 거야 등등’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했던 모습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피해 사례들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가슴 아팠다. 이 과정들을 통해 나는 활동가로서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과 타인을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한다는 것, 너무 내 생각대로 무조건적으로 이해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기존에 갖고 있던 나의 불필요한 습관들을 내려놔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두레방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이 과정이 나를 더욱 발전시켰다. 내담자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시야를 넓혀 주었으며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결정짓곤 한다. 함부로 그 사람의 가치를 내 생각으로 가둬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삶을 우리는 알 수 없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 나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더 성장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런 내 모습 또한 신입활동가로서 가질 수 있는 마음과 자세라 생각하며 이 기회를 벗 삼아 더 발전하는 활동가가 될 것이다. 이 사회가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바른 눈으로 그들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활동가로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