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5월 17일(월) 오전 11시, 아침부터 추적추적 뿌린 비는 점심 무렵에도 그칠 줄 몰랐습니다. 기지촌 ‘미군위안부’ 생존자들과 두레방을 포함한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경기여성연대, 기지촌문제 연구자들이 모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우산을 펴들고 기자회견을 열었었습니다.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현수막과 손 팻말은 약간의 물기를 머금어 무거원진 모습이지만, 오히려 “지난한 소송에 마침표를 찍어 달라”는 외침과 함께 시선을 압도했습니다.
“인신매매로 기지촌에 팔려 온 15세 때 포주가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주었는데 경찰은 확인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소위 ‘토벌’만 나왔다”(피해 생존자 박OO 증언)
2014년 6월 25일 국가를 상대로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국가에 의한 폭력과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인정했고, 2심 재판부는 국가가 기지촌을 운영관리한 주체로 원고들의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원고 전원에게 손해배상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6원, 현재까지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원고 중 일부가 사망하였고, 최근 3개월 사이에도 세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이들 원고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미군위안부들이 생활고와 질병 등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아니 계속해서 대법원의 조속한 최종판결을 촉구해 나갈 것입니다.
“태어난 나라에서 버려진” 존재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당당한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대법원의 조속한 최종판결을 촉구합니다.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 중)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기지촌여성인권연대(두레방, (사)햇살사회복지회, (사)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재)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경기여성연대(두레방, 씨알여성회, 포천가족성상담센터, (사)햇살사회복지회, 동두천성폭력상담소,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연천행복뜰상담소, 연천여성연대, 호박넝쿨), 기지촌문제 연구자들(이나영 정의연이사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박정미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