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쉼터 공예프로그램 강사 이윤정
저는 다양한 연유로 한국에 사는 아시아계 이주민 친구들을 더러 사귀는 사람입니다. 한 미술 단체에서 일하다가 그만두는 끝자락에 우리나라로 온 아시아계 노동자들, 또는 결혼을 통해 정착하신 분들과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안성에서 살고 있던 저는, 두레방 쉼터와 인연이 닿아 그곳의 친구들을 만나 종종 미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쉼터 친구들이 저희 작업실에 놀러왔습니다. 주로 이주민들이 모이는 곳으로 제가 가서 미술활동을 했던 터라, 남편이 제 친구들을 만난 것은 결혼식 이후 이때가 두 번째였습니다. 제 아이는 저와 함께 종종 여러 나라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서 낯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두레방 친구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오래된 그림 액자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오래 전 태국 친구들과 미술 모임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우연한 계기로 전시장에 걸어야 해서 액자를 짜 두었던 그림들이었습니다. 그것들을 꺼내어 먼지가 쌓인 포장을 뜯고 함께 그림을 살펴보던 중, 태국어로 기록되어 있는 날짜와 사인들을 친구들이 해석해 주다가 깜짝 놀라며 재밌어 했습니다. 액자 속 그림에는 태국어로 ‘2011년 6월 12일’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친구들이 그날 저희 집에 온 날 역시 2021년 6월 12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그림들 중, 현재 두레방 쉼터에서 통역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와라펀 선생님의 그림도 있었던 것입니다.
오랜 동안 저는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십년 전 그때는 같이 그림을 그리며 각자의 외로움이나 그리움을 공유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해서 한국에 정착하신 분들이기에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리면서 그 마음들을 표현했던 것입니다. 또 그렇게 모여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는 날이면 명절 분위기를 느끼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십년 후, 두레방 쉼터 친구들과 저희 집 작은 부엌에 옹기종기 모여서 음식을 준비했던 모습이 참 일상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좋아지면 곧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어 더욱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