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쉼터 김태정 소장은 지난 2021년 2월 평택시사신문 [시사기고-두레방이야기]를 시작으로 현재 [김태정의세상돋보기] 꼭지를 맡아 연재중에 있습니다. 매월 해당 기고란을 통해 성착취피해 당사자의 삶 이야기, 기지촌여성을 위한 정책 필요성, 이주여성 당사자 활동가의 중요성 등등,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데요, 두레방 뉴스레터 독자들도 같이 보실 수 있도록 해당 연재글을 추려서 순차적으로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두레방쉼터 소장 김태정
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위협이다. 그러므로 재난 속, 그 누구도 차별되어선 안 된다
쉼터 밖에 있는 이주여성 내담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는 뉴스를 접하곤, 본인의 안위와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코로나19검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평택에서 이미 2주마다 검사를 하고 있었기에 “간단한 검사로 한국어를 사용할 부분이 많이 없다”고 조언하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가 보낸 사진에는 문진표를 작성해야만 검사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으로 영어와 한국어로만 되어있었다. 전화를 해보니 해당 지역은 확진자와 접촉이 없다고 해도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하였다. 영어와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했던 그 내담자는 우리의 통역으로 겨우 문진표작성을 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에게 위협을 주었지만, 회복 과정에서 특정 집단으로 구분돼 소외와 차별이라는 또 다른 위협에 놓여 있다는 다는 것을 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코로나19라는 재난은 안타깝게도 차별이라는 민낯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지급된 재난긴급지원금은 움츠러든 내수경제를 살리고자 고안된 것이라고 보인다. 이 같은 재난긴급지원금은 특정 외국인에게만 지급되었고, 그 외 다수의 이주민은 이 정책에 속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제조업, 농업 등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노동이 한국 경제에 이바지되고 있으며 그들이 생활에서 소비되는 것은 온전히 한국 내수 경제로 돌아가는 것임에도 다수의 ‘그들은’ 특정 외국인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배제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년 6월 서울시·경기도의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권고했다. 이후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지만 여전히 그 외 지역은 차별된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을 당연시하고 있다.
종종 해외 뉴스를 통해 아시안들에게 코로나라고 부르며, 욕설과 폭력으로 인종차별 피해를 받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정 인종과 집단에 대한 차별은 비단 해외 사례만은 아니다. 한국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만을 특정지어 전수조사를 들어가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즉 한국 정부가 나서서 특정 집단을 코로나19 전파자로 낙인찍은 일에 앞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럼 이주민을 위한 활동은 전혀 없던 것인가? 이에 대답은 조금씩 개선된 부분도 있으나 미약하고 여전히 차별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반복된 차별은 앞으로 있을 20-40대 백신 접종에서 또 다른 차별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더 이상의 차별이 없길 바라며 몇 가지 제안 한다. 백신 접종에 앞서 국적별 언어로 된 안내가 있어야 하며 이주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담당자가 필요하다. 접종을 위한 신청과 접종 후 혹시 있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역사가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지역별로 어렵다면 전화 통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백신 접종 후 강제로 휴무하도록 사업주에 대한 행정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등록이주민이 백신접종 접근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하고 그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내 외국인 주민이 221만 명이 넘었다. 우리나라 총인구에 4.3%를 차지하고 있으며 충청남도와 비슷한 규모의 인구수이다.(2020 행정안전부) 즉 재난 극복에는 외국인, 내국인으로 구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파성이 있는 코로나19인 경우 지금 해왔던 것처럼 차별하여 구분된다면 모두 바라던 안전한 삶은 회복 불가능해질 것이다. 코로나19는 ‘사람’에게 가해진 재난이다. 그렇기에 재난극복 정책 역시, ‘사람’만 보고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