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상담소 활동가: 조이스
코로나19 팬데믹 내내 두레방 상담소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상담과 지원 활동에 더해서 코로나19로 인해 내담자들이 업소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 실직 상태, 지역 이동 등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업소의 장기휴업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절실해진 내담자들도 있었고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며 운영하는 업소에서 일할 수밖에 없어 불안해하거나 업소에서 코로나 감염에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내담자들도 있었다. 내담자들에게 코로나 관련 지역 소식과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과 정보를 전하는 것, 내담자들이 필요하는 코로나 물품과 자원을 전달하는 것도 팬데믹 시기의 상담소 활동의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뿐만아니라 검사 안내와 예방접종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했다.
검사와 안전성
내담자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확진자와의 접촉이나 코로나 감염 건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2월말, 팬데믹이 시작된지 1년 뒤, 경기북부에 집단감염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중에 이주민 확진자가 많았다. 3월 초에 내담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확진자 수는 날마다 증가했고 내담자들은 한국어로 된 확진자 현황 또는 코로나 관련 지역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확진자 현황, 코로나 확산 방지 내용과 검사 안내를 전달하기 위해 수시로 이주여성 내담자들에게 SNS 공지와 개별연락을 진행했다. 내담자들은 지역사회 현황에 대한 우려와 확산 방지에 대한 마음이 컸지만 본인의 미등록체류 신분으로 인해 검사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검사 받거나 심지어 감염되서 치료까지 받아도 출입국에 통보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과연 진짜일까?” 많은 내담자들은 이런 우려를 표했다.
다행히 동두천의 이주민 커뮤니티 종교단체들과 이주민-난민지원 단체가 지자체와 빠르게 소통한 덕에 미등록이주민들을 위해 더 적합한 검사 접수방법과 검사 운영시간이 마련되었다. 팬데믹의 첫 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이후로 익명검사가 도입된 것처럼 지역사회 단체들은 이주민들이 신분증 없이도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두레방 내담자들은 출입국 단속 또는 출입국에게 개인정보가 통보될까봐 계속 우려했다. 특히 경기도 내 업소나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은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당시에 이주민들에게만 의무화된 차별적인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 많은 내담자들은 출입국 개입에 대한 우려로 조심스러워하며 검사를 미루고 안전성을 확인한 후에나 검사를 받았다. 임시선별진료소 한 곳은 기지촌 클럽거리 인근에 설치되어 있었고 익명검사제도가 생겨서 많은 내담자들이 검사를 잘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최근에 업소에서 이탈하여 클럽거리 근처에 가기 두려워하는 여성들은 여기에서도 제외 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8월에 시작한 코로나백신 접종 접수는 검사와 달리 익명 접수가 불가능했다. 전화번호로만 접수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거나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이주민의 경우 접종을 받기 위해 거주 지역의 보건소에서 신분증, 연락처와 주소를 제출하여 임시관리번호를 발급받아야 했다. 두레방 미등록체류자 내담자들 중에는 여전히 접종 후 본인들의 개인정보가 출입국에 통보될까봐 우려했던 사례들이 있었다.
백신 접수의 어려움
두레방 상담소의 내담자들은 특히 팬데믹 초반에 다양한 지역으로 잦은 이주를 했기 때문에 임시관리번호 신청과 접종 예약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 연락하게 되었고 절차가 지역마다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두레방은 특히 업소에서 일하는 내담자들과 그들의 동료들을 위해 관리번호 대리신청을 하게 되었다. 동두천 지역의 경우 이주민 천주교 공동체가 이주민들을 위한 대리신청을 했다. 그 외 당사자들이 직접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내담자들이 한국어가 서툴다 보니 신청시 소통문제로 수시로 연락이 왔다. 접종예약이 따로 필요했던 경우 온라인 또는 예방접종센터와 전화연결을 통한 예약은 모두 한국어로만 가능했기 때문에 내담자들에게 언어적으로 너무나 버거운 상황이었다. 현재 진행되는 얀센 부스터샷은 다행히 질병관리청 1339콜센터로 외국어 예약은 가능하지만, 본인의 임시관리번호를 모르는 이주민들이 많아 임시관리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역시나 한국어로 지역 보건소와 소통해야 한다. 두레방이 접근한 지역 중에 언어적 지원 또는 자원을 미리 마련한 지역이 한 곳도 없었고 두레방 활동가들이 이주여성 내담자들의 예약을 대신 해줄 수밖에 없었다. 각 지자체에서 해결하지 못한 언어적 장벽은 이주민 지원 단체들이 해결해주게 되었다.
드디어 내담자들이 접종을 받으러 간 날 현장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한 지역의 예방접종센터는 임시관리번호 사전 발급과 예약 여부와 관계 없이 이주민 모두를 “외국인 줄”에 대기시켰다. 올 봄에 질병관리청에서 예방접종 예진표를 12개국어로 번역했기에 두레방은 내담자들이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필요한 언어별로 미리 전달했다. 하지만 예방접종센터는 번역된 예진표를 사용하지 않고 직원들이 면담을 통해 예진표를 대신 작성해줬기 때문에 “외국인 줄”에 서 있던 이주민들은 접종 대기시간이 매우 길어졌다. 예약하고 간 이주민들은 선주민 예약자들과 달리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평등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또한 예진표작성과 신분증 확인 담당자들 중 일부는 한국어나 영어를 써서 이주민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불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두레방 활동가들이 내담자들과 직접 방문한 여러 접종센터 중 외국어로 준비된 표지판과 자세한 부작용을 설명해 놓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두레방 내담자들과 활동가들은 미등록이주민 예방접종 과정에 많은 불편감을 느꼈다. 하지만 특별하게 우려가 되고 불편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두레방 상담소의 이주여성 내담자들의 연령대는 20~50대이고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30대이다. 지난 8월에 시작된 20~40대 미등록체류자 또는 보험 미가입자인 이주민 중 만30세 이상은 얀센 접종을 받게 되었다. 얀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내담자들도 많았고 본국에서 들려오는 백신 부작용 소식이 많아지면서 내담자들은 예방접종에 대한 우려가 컸다. 선택권이 없어서 얀센을 어쩔 수 없이 맞게된 내담자들이 있는 반면에 접종을 아예 거부한 내담자들도 있었다.
미등록이주민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또는 과거에 성산업 유흥업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하며 밤낮이 바뀌고 일터에서 과한 음주 또는 유사성매매-성매매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질병을 앓고 있는 내담자들이 많다. 성산업을 이탈하여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생존하는 미등록 이주여성 노동자로 불안정하게 생활하는 내담자들도 마찬가지다. 가족력 심장질환이 있거나 정확한 진단을 받은 적 없이 건강문제를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 비용 또는 언어문제로 병원을 제대로 다니지 못 하여 문제를 안고 사는 내담자들이 있다. 심장 또는 간질환 의심, 자주 오는 호흡곤란,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치과문제, 두통, 불면증 등을 겪으면서도 미등록이주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지원이 부족해서 내담자들은 현재 자신의 건강상태와 병명을 정확하게 알지 못 한다.
이렇듯 평소에 미등록이주민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문제는 팬데믹 시기에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8월말부터 많은 내담자들이 접종을 했다. 접종에 대한 안내 과정에서 내담자들과 그들의 동료들은 활동가들에게 접종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했다. “나는 이런 증상이 있다, 본국의 가족 중에 백신 맞고 부작용이 심했다, 나는 약 복용 중이다, 나는 알레르기가 심하다, 심장이 안 좋다, 자주 어지럽고 숨을 못 쉴 때도 있다… 그래도 백신을 맞아도 되나요?” 병원에 가본 적이 없어서 우려되는 증상에 대해 활동가들에게 다 묻게 되었다. 미등록이주민들에게 얀센이 아닌 다른 종류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내담자들은 두려운 상태 또는 병원에서 제대로 상담받지 못한 상태로 접종을 했다. 예를 들어 한 업소에서 같이 일하는 내담자들은 자신들의 건강문제로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는 끝에 업주의 압박으로 얀센을 어쩔 수 없이 맞게 되었다. 또 한편 다른 업소의 심장 질환을 의심하는 내담자들 중에는 병원에 가지 못하여 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 못 하여 접종을 거부한 내담자도 있다. 그 내담자의 겨우 아직도 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특히 공장에서 일하는 내담자들은 접종 후 쉬지 못 하고 바로 출근해야 했고 컨디션이 안 좋아도 일을 해야 했다. 부작용이 심한 내담자들 중에 병원비가 부담스러워서 병원을 가지 못 하고 참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미등록이주민 접종률을 높이자? 평소에 잘해야 한다
9월 중 경기도 내 지자체와 정부측에서 미등록이주민 접종률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동두천의 경우 지자체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에게 접종 홍보 협조 요청을 하였고, SNS에서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홍보영상들을 볼 수 있었다. 경기도에 이주민 밀집 사업장을 위해 찾아가는 접종 서비스도 마련했다.
코로나 예방접종의 경우 언어문제로 접근을 못 하거나 예방접종 현장에서 적절한 예진상담을 받지 못한 이주민들이 많다. 이 부분은 중앙질병관리청과 지자체의 개선이 물론 절실하다. 하지만 언어문제가 조금 해소되는 두레방에서는 내담자들이 코로나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내담자들은 검사와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와 망설임이 매우 컸는데, 이 상황이 바로 미등록 이주여성들의, 팬데믹과 관계 없는, 삶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평소에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불법체류자’로서의 낙인, 업주나 사업주의 눈치와 압박, 노동 착취, 빈곤, 의료서비스의 부재, 그리고 특시 성매매나 유흥업소를 안전하게 이탈할 수 있는 보장의 부재가 심하기 때문에 이런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코로나 검사와 예방접종을 꺼려한다. 내담자들이 평소에 출입국을 두려워하며 살지 않고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 사회에 산다면 검사와 접종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