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원장(두레방 상담소)
겨울나무는 나목이라 불립니다. 옷을 벗었기 때문입니다. 가을날 예쁜 단풍도 다 떨어 버리고 나목이 된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견디는 것입니다. 견디면 봄이 오고, 새싹이 돋고,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두레방의 조직은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여신도회에서 마련해 주신 평택 안정리 센터에 평택여성인권상담센터‘품’이 개소하였는데(2021.12.01.), 이는 ‘품앗이’에서 착안한 것으로 서로서로 품을 지고 힘든 일을 거들며 함께 하자는 뜻입니다. 이로써 두레방의 우산 아래에 사무국과 상담소인 두레방, 두레방쉼터, 품상담소라는 세자매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두레방은 나목이 되었고, 봄이 오길 견디고 있는 중입니다.
2021년 두레방은 암울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우리의 일을 감당하였습니다.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통과 후 경기도 성매매피해자 인권증진 주민 인식개선 사업 프로젝트로 〈의정부 ‘기지촌 여성’ 생애사 영상기록 및 전시〉를 마련하여 조용하지만 알차게 마무리했습니다. 위드어스와 함께 ‘국제인권활동가대회’를 거행하였으며, 이에 파순단 두레방의 카밀라 씨가 발표자로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노령화된 한국 기지촌여성들을 위한 상담, 텃밭 가꾸기, 소풍, 반찬지원, 의료지원을 하였으며 또한 상담소와 쉼터가 더불어 이주 여성들을 위한 의료·법률지원과 귀국지원은 물론 공예프로그램, 성교육 등의 활동을 유지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두레방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지금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두레방의 꿈을 펼쳐봅니다. ‘기지촌여성들이 함께 모여 자존감을 회복하며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두레방이 기지촌여성의 문제를 넘어 이주여성의 성착취 문제, 선주민 여성의 성착취 문제 해결까지 끌어안게 된 것은 두레방으로 하여금 여성인권의 최전선에서의 활동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이 주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두레방의 꿈은 이제 기지촌여성들의 꿈을 넘어 많은 여성들의 꿈이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성을 사고팔지 않는 세상, 권력에 의해 성이 이용되지 않는 세상,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기지촌여성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이주여성들이 한국의 성산업에 유입되지 않으며, 선주민 여성들이 성착취의 카르텔에서 벗어나는 꿈. 봄이 오는 길목에서 두레방의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길 기원합니다.
입춘이 지났는데 아직도 바람이 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