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두레방상담소 활동가)
<감사 그리고 무지에 대한 자각>
글을 쓰는 현재 나는 73일차 두레방 신입 활동가이다. 코로나로 활동이 어려운 시점이지만 운 좋게도 2021년 끝과 2022년의 시작을 보내며 꽤 많은 두레방의 활동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반찬지원, 차량지원, 의료지원, 초기상담, 아웃리치, 크리스마스·설날 선물 배달, 인신개선사업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알차게 배우고 있다. 그중 나에게 큰 의미가 있던 인식개선사업(생애사 전시회)과 초기상담에 대한 소감을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인식개선사업은 21년 12월부터 22년 1월까지 10일간 경기도 지원 하에 두레방이 주최한 기지촌 여성들의 생애사를 담은 영상 전시회다. 나는 관람객 스케줄 및 회계 보조를 맡았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낯설고 서툴렀지만 모자란 부분은 감사하게도 여러 두레방 활동가분들과 영상 스태프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낯선 이들과 같은 목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기분 좋은 연대감을 느끼게 했다.
다음으로는 초기 상담에 대해 말해보겠다. 처음 해보는 초기 상담이라 선임 활동가의 진행에 타이핑 역할로 참여하게 됐다. 서면으로만 읽던 상담을 실제로 참여한다는 것이 내가 이곳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고 또한 설렘과 떨림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어떤 자세로 상담에 임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관찰자 입장으로 참여하기로 하였다. 상담을 진행하며 상담 일지에는 담을 수 없었던 피해 여성의 표정, 떨리는 목소리, 말투, 상담 분위기를 직접 마주해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번 상담을 계기로 나는 나의 미흡함을 깨달았고 피해 여성들에게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전문적인 상담 기술을 갖춰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글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활동가로서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점과 감사하게도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밀 수 있는 활동가들이 나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뭣도 모르는 내가 약 2개월간 큰 탈 없이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럿 두레방 활동가분들의 도움 덕분이다. 기꺼이 본인의 시간을 내어 도와주시는 동료 활동가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 두레방과 두레방 언니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제니(평택여성인권상담센터품 활동가)
<옳은 길, 가고 싶은 길, 가야만 하는 길>
“WELCOME!”
2022년 새해 첫날 첫 출근 후 나를 반기는 목소리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반겨주나 싶었고 이전까지의 직장문화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따뜻함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만 접했던 여성 인권, 반성매매 활동을 해야 한다고 하니 출근 전에 마음의 부담이 있었는데, 그 첫마디로 나의 부담감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참 따뜻한 곳이구나’, ‘다 함께 일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자리에 앉았다.
출근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라운지 책장에 꽂힌 책들 중 한 권을 꺼내 읽는 일이었다. 검색 정도로만 접했던 이슈들에 관련해 처음으로 서적을 읽어보고 공부하면서 그동안의 막연한 여성 인권에 관한 물음표에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선배 활동가들의 추천서를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직업여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금의 관심만 있었더라도 성매매가 직업도 아니고 노동도 아닐뿐더러 심지어 폭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세계라 단정하고 외면했던 내 무지에 대해 부끄러워하면서 반성하고 그 말을 들었을 누군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여기 ‘평택여성인권상담셈터 품’에서 나는 여성 인권 관련해 아무 생각 없이 모르고 사용했던 단어들, 편견들을 하나하나 수정하기도 하고 스스로 불편하다고 외면했던 진실들과 정면으로 마주함으로 점점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배움으로 언젠가 우리의 내담자들과 함께 어울려(‘내담자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말이 처음에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내면서 살아갈 날들을 기대해 본다.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있다. 하지만 그 길을 나의 직업으로 삼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운인가! 내가 그렇다. 올해 나는 내가 생각한 옳은 일을 하는 곳, 센터품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제 막 한글을 떼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하루하루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만 가득하다. 이 길을 가면서 앞으로의 내가 하는 일에 어려움과 두려움이 생긴다면 나의 이 첫 기억을 가지고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을 나와 함께 걸어가는 동료들과 함께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