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작성 의무화, 2년 동안 지켜보았다
*두레방 쉼터 조이스
법무부, 외국인 호텔-유흥 분야 종사자 인권보호를 위한 개선안
2019년 12월 10일 법무부는 세계인권선언 71주년을 맞이하여 관광호텔 및 외국인전용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의 인권보호를 강화시키겠다며 2020년 1월 1일부터 예술흥행 E-6 비자 제도를 개선하여 시행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개선안의 주요 세부 내용은 6가지였다:
“주요 내용은 호텔․유흥 분야의 ▲ 행정업무 대리 규정 폐지 ▲ 체류 기간 단기 부여로 체류관리 강화 ▲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작성 의무화 ▲ 불법체류율이 높은 국가 국민에 대한 비자 심사 강화 ▲ 공연장소 관리 강화 ▲ 인신매매 방지 안내서 배포 등입니다.”(출처: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365417)
출입국의 개선안으로 인해 E-6-2비자로 체류하는 이주민들에게 많은 변경 사항이 생겼다. 가장 크게 변경된 것이 체류자격의 연장 기간이다. 원래 1년까지 연장 가능했던 E-6-2 체류자격의 연장 기한이 6개월로 줄었고, 체류허가 연장 신청을 위해 그동안 이주여성 대신 프로모터(기획사)가 대리인으로 신청했지만 이주여성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게 개선되었다. 더 나아가, 개선안을 통해 이주민들은 6개월마다 체류허가 연장 신청할 때 신청자들은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를 작성해야 하고, 출입국은 신청자의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보험료 납부 확인을 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러한 개선안을 통해 E-6-2 체류자격 소지 이주민들이 관광호텔 및 외국인전용유흥업소에서 인권침해, 업소법령 위반과 건강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인권침해를 사전에 인지하고 인신매매방지 안내서 배포를 통해 이주민들에게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권리구제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실태조사를 하여 공연장소의 건전성을 확인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2019년 12월 10일에 발표된 개선안이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지만,2020년 2월 말 코로나19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법무부 개선안의 효과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이다. 물론 팬데믹 중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며 ‘시크릿 오픈’ 즉 문 닫힌 상태로 영업한 업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경기북부 기지촌 외국인전용유흥업소들은 휴업했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의하면 2019년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E-6비자로 입국한 필리핀 여성은 월평균 40명에 총 563명이었고, 체류하는 여성은 (미등록체류자 포함) 평균 1,765명이었다. 반면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팬데믹 중 2년간 입국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은 총 39명이었다.
2022년 3월 기준, 최대 2년까지 연장 가능한 E-6-2로 입국한 체류자 1,374명 중 체류자격이 있는 여성의 수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부분 체류자는 출입국의 관리를 받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팬데믹 중 법무부와 지자체는 외국인전용유흥업소들이 집합금지 명령 위반 여부와 이주여성 종사자들의 백신접종 여부만 확인하고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위 개선안의 전반적 효과를 파악하기 불가능하지만, 시행 이후 두레방은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작성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두레방이 위치한 경기도에서 이주민 체류자를 관리하는 A지역 출입국관리소로부터 식별지표 작성에 대해 꾸준하게 연락이 왔다. E-6-2 체류자격으로 체류하는 이주민들이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했고, 지표 피해항목에 해당 사항이 있어서 체크하는 경우 출입국 공무원이 두레방에 연락했다.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작성의 문제점
한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의 ‘등록외국인(지역별,체류자격별 세부분류)현황’ 통계에 의하면 E-6-2로 체류하는 이주여성들은 몇몇 거주지역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국 다양한 지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레방 외에 식별지표 작성 관련해서 연락받은 단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특히, 두레방이 자주 방문하는 B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 민원실 관계자가 해당 지역에 인신매매 같은 것이 없다며 두레방 활동가들에게 말한 바가 있다. 두레방이 수십 년간 성착취 피해자를 지원해 온 지역이다. 당시에 B지역의 외국인전용업소 휴업으로 등록되어 있는 E-6-2 체류 이주여성이 없을 수 있었겠지만, 출입국 관리자가 “이 지역에는 인신매매가 없다”로 분석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성매매와 인신매매로 인한 피해와 인권침해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거나 방지할 수 있는 인식이 전혀 없어 보였다. 결국 전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E-6-2 체류자격 관련 업무 중에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지표가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지가 큰 의문으로 남는다.
두레방은 A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었다. E-6-2 체류허가 연장 신청 중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를 작성하면서 피해 항목을 체크한 이주민들의 연락처와 해당 피해 사항을 전달 받은 두레방은 당사자들에게 연락 시도를 했고 이를 통해 몇 가지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번째, 식별지표를 작성하는 환경이 문제이다. 두레방 내담자들의 경우 E-6-2 체류허가 연장을 신청할 때 고용주인 프로모터 또는 업소 관계자가 동행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것이다. 이주여성들이 신청절차를 잘 모를 뿐더러, 신청시 필요한 서류들이 다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다 보니 기획사나 관계자들이 동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 개선안은 이주여성들이 체류허가 연장 신청할 때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작성을 의무화시켰는데, 이주여성들이 직접 신청한다 하더라도 공간 분리도 없이 프로모터가 옆에서 또는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식별지표를 작성해야 한다. 게다가 같은 자리에서 인신매매 방지 안내서도 받게 된다. 프로모터와 이주여성 당사자 모두가 긴장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당사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 없을 뿐더러 지표에 해당하는 피해 항목을 진솔하게 작성하지 못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피해자들이 식별지표 작성을 의무화하는 것은 이주여성들에게 매우 폭력적인 상황이고,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의 실효성에서 있어서도 현실성이 떨어 질 수 밖에 없다.
언어 또한 문제점이다. 필리핀 출신 이주민들 중 영어에 능숙한 분들이 있는 반면에 영어를 못하거나 영문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출입국에서는 따갈로그어가 아닌 영문으로 번역된 지표만 제공한다. 식별지표의 문구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지표를 작성한 이주민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영문 문항을 이해 못해 프로모터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프로모터가 한국어로 설명해서 작성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하는 피해 항목을 체크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체크하는 이주여성들이 있었다. 두레방 활동가들이 당사자들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은 사례가 다수이다. 두레방 내담자들의 경우만 봐도 핸드폰 유심칩이 없거나 자주 바뀌는 내담자들이 많다. 2020~2022년 약 2년의 사례를 분석하면, 출입국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를 작성하여 피해 내용을 체크한 이주여성들과 음성통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두레방 활동가들이 전달 받은 번호들은 대부분 없는 번호, 선불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 임시로 중지된 번호, 그리고 프로모터나 업소 관계자의 번호였고, 떠라서 이주여성 당사자들과 연락이 거의 닿지 못했다. 두레방은 이주여성 내담자들에게 상담을 제공할 때, 와이파이만 잡히면 무료로 소통할 수 있는 SNS 메신저로 이뤄지는 상담이 많아, 전화 연결에 실패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한 일이다. 특히 기획사 또는 업소 관계자에게 연락하게 되면 결국 이주여성 당사자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다.
지원활동이 주요 활동인 두레방의 입장에서는, 피해경험의 가능성이 있는 이주여성에게 더 많은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피해당사자와 연락이 닿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단체들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법무부의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의무화된 작성은 피해자 연계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을 뿐더러, 피해자를 더 많은 피해에 노출시키면서 피해자 문제해결을 민간단체에 미루는 개선안이다. 피해 당사자가 식별지표를 작성해서 피해 항목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출입국이 무작정 기획사나 업소 대상으로 액션을 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법무부가 피해자 식별 사후 조치 매뉴얼도 없이 모든 책임을 피해자와 민간단체에 넘기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식별지표 작성의 모든 어려움을 다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주여성들이 현장에서 피해를 경험해도, 경찰에 모든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와 동일하게, 피해당사자들이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를 사실대로 작성할 인센티브가 많지 않다. 본국의 빈곤이 출발 시점으로 인신매매 피해를 경험하게 되는 이주여성 피해자는 식별지표 작성으로 자신과 같은 업소 동료들에게 어떠한 불리한 점들이 생길지 모르고 작성하게 될 것이다. 바로 강제퇴거 당할지, 경찰으로 연계될지, 지표작성 때문에 동료들이 위험해지는지 등, 식별지표 작성 중에 많은 긴장과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성매매 또는 인신매매 피해 신고는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하는 안전한 일자리와 보호에 바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한국의 권리구제 제도의 현실이다.
팬데믹 이후, 기지촌
올해 3월부터 필리핀 현지의 모집자 공고들이 SNS 게시물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수로 활동할 21세~28세 여자를 모집합니다. 날씬하고 좋은 성격 가진 여자. 여권 소지자, 오디션영상 찍기 위해 노래 2곡이 준비되어 있는 사람. 코리아!!” 그리고 4월부터 기지촌 지역 또는 외국인전용업소가 존재하는 지역의 기획사로 보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추천자료가 게시되고 있다. 6월부터 입국할 팀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도 내담자들로부터 들려온다.
외국인유흥업소들을 문닫게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어 가면서 클럽들의 영업제한도 슬슬 풀리고, 이주여성들이 기지촌 성산업에 다시 유입되기 시작하고 있다. 계속 모니터링해야겠지만, 두레방이 2020년 1월부터 지켜온 바 법무부의 예술․흥행 E-6 비자 제도 방안이 현장에서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현장의 실태조사와 초청제한의 조치도 있지만 이런 방법들은 이주여성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조치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내년부터 처벌조항 없는 인신매매방지법이 실행되는데 관계부처인 여성가족부와 법무부는 피해여성들을 더 많은 피해에 노출시키지 않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의 올바른 개선에 대하여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