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품’의 남다른 개소식 방문기
*두레방친구 소현
지난 6월 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평택여성인권상담센터 품’ 개소식이 있었습니다. 평택역 인근의 성매매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상담소를 준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궁금해 하던 차였습니다. 무궁화호를 타고 평택역에 도착한 뒤, 평택역에서 차로 10분 거리, 논밭 샛길을 달려 팽성 표지판을 따라 2차선 조용한 마을 도로에 접어들더니 곧 길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짙은 회색의 창이 크게 나 있는 2층 건물, 센터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개소식을 이틀에 나눠 연 것 치고는 꽤 많은, 다양한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독특하게도 품 개소식에서는 참석한 사람들이 감정카드를 이용해 직접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아이를 정신없이 챙겨 보내고 나온 분, 같은 지역에서 이미 몇 차례 함께 연대했던 분, 오전에 미군기지를 걷고서 구슬땀을 흘리며 오신 분, 의정부 두레방부터 쭉 관계를 이어온 분, 전날 아웃리치로 피곤한 몸을 끌고 나왔지만 누구보다 기운이 넘쳤던 분… 보통 사회자 혼자 마이크를 들고 이름과 소속 단체를 밝히는 것과 다르게 돌아가며 소개를 마치고 나니, 개소식 시작부터 부드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개소식을 이틀로 나눠서 했던 것도 한쪽의 일방적 말하기가 아니라 여럿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의도와 분위기가 센터의 이름 ‘품’과 꽤나 어울렸습니다. 앞으로 이곳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지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센터품의 ‘품’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따뜻하고 든든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품앗이의 ‘품’이라고 다시 읽었을 때, 힘든 일을 함께 지고, 내어주기도 하고 받기도 할 연속적인 품의 의미가 살아납니다. 이번 개소식에서 ‘센터품답다’라고 느낀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엄청난 환대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센터품 일원들이 내뿜는 경쾌하고 밝은 표정과 목소리에,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달까요. 게다가 센터에서는 서로를 부를 때 직함이나 ‘-씨’ 대신에 별칭을 사용했는데 호칭에서부터 느껴지는 수평적인 분위기와 밝은 기운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습니다. 센터품 일원들은 각자 키워드를 정해 소개를 했는데 너나없이 솔직한 말과 행동에서 어쩐지 서로를 향한 신뢰와 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개소식을 마친 뒤에 자리를 정리하고 바로 아웃리치를 나갈 거라는 말에, 힘들겠다는 염려보다는 이 남다른 기운이라면 가능하겠다며 끄덕이고는 품의 활동을 더욱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센터품은 요즘 꾸준히 아웃리치 활동을 하면서 언니들에게 품을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상담의 역할, 자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성매매를 방지하는 조례 제정 운영, 시민 인식 개선 운동까지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갈 테지요.
제가 사는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의 여러 집결지가 그렇겠지만, 아직까지도 여성의 권리와 생존의 문제가 우선되기보다 거리 정비,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 취급을 받는 현실이 냉담하고 매정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센터품의 남다른 기운이 더욱 빛나보입니다. 한국 반성매매운동의 든든한 맏언니 격인 두레방 소속 센터품. 품에서 만난 하늘, 클로이, 티제이, 지나, 준, 제니, 신선의 환한 웃음과 반짝이는 눈빛을 떠올리며 품이 걸어갈 길을 다시 한 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