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나의 ‘처음’
*윤정 활동가 (두레방 쉼터)
2022년 1월 이사를 위한 집을 알아보기 위해 평택에 왔다. 이곳저곳 집을 보고 어둑한 밤, 저녁을 먹기 위해 평택역 공영주차장을 찾던 나는 화려한 불빛 네온사인이 있는 골목길에 다다랐다. 차에 있던 둘째 아이가 물었다.
“엄마,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 미용실이야?” 화려하면서도 어둑한 골목의 그곳이 아이에게는 미용실로 보여졌나보다. 그로부터 7개월 뒤, 나는 두레방 쉼터에 입사했다. 교육을 들으며 1월에 내가 보았던 그곳이 평택 삼리라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경북 지방 소도시에 살던 나에게 기지촌, 성매매 집결지라는 단어는 뉴스에서나 가끔 들어볼법한 단어들이였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집결지 현장을 직접 맞닥뜨리니 놀랍기도 하고 아직도 이런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충격적이기도 했다.
본인의 선택이지 않을까? 대가를 받으니 괜찮은 거 아닐까? 경직되어 있는 편견속에 있던 나를 발견했고 내일이 아니라며 관심조차 없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아보라고 하신 말씀은 머릿속에만 있을 뿐 내 가슴속에는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두레방과 함께 한지 5개월이 되어간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으며 쉼터에서 이주여성들과 매일 마주하며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고 프로그램 안에서 함께 위로받으며 지내고 있다.
또한 미군위안부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법원 판결선고와 국회 소통관 입법촉구 기자회견 등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있는 중이며 올해 상반기에는 성매매 방지 상담원 양성교육도 받을 예정이다.
연대활동을 통해 다양한 단체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다른 활동가 선생님들의 열정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그 안에 녹아들 수 있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 더 많은 현장을 찾아다니고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관련 도서를 읽어보고 법률을 공부하며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뒤를 돌아보며 미소지을 날이 있지 않을까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