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의 세상돋보기] 정부의 안전불감증
*김태정 활동가(평택여성인권상담센터품)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가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의 의심과 관심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다. 핼러윈을 앞둔 지난 10월 29일 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압사 현장의 영상과 사진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참사 피해자, 유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안겼다.
한두 해가 아닌 매년 붐비는 대형행사,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고 첫 번째 행사라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에도 별다른 안전 조치가 없었고, 사고 몇 시간 전부터 112 신고로 경고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 이런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경각심 없는 정부의 행태를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에서 겪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다 화물 적재량, 내부 안전교육, 선장의 적합성 검증 등 행정적으로 여러 면에서 관리가 허술했던 것이 드러났다.
예견된 참사, 사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환경임에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관리도, 대처도, 수습도 못 하고 있다. 사건이 터져야만 심각하게 느끼고 그제야 정책과 제도를 바꾸고 있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 불안전한 사회에서 참사는 또다시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와 경찰 검찰에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한 국민으로서 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안전 불감증은 센터 ‘품’ 활동 현장에서도 도사리고 있다. 필자는 일주일에 두 번 집결지 ‘삼리’ 아웃리치 활동을 하면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환경 요인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특히 집결지의 건물 구조들이 눈에 들어왔다. 1950년 전후로 조성된 삼리,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 자리 그대로 있는 삼리 집결지는 새로 지어진 건물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과연 정부가 집결지 내 건물과 전기 등의 안전을 적극 관리하고 점검하려고 할까? 한국은 성매매가 불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삼리와 같은 전통적인 형태의 성매매 집결지는 여러 지역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세월, 전국적으로 집결지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일은 빈번히 있었다. 20년 전 군산 개복동, 대명동 유흥주점 업소 화재, 서울 천호동 집결지 참사까지… 당시 언론을 통해 정부가 공간에 대한 소방, 전기 안전점검 등 행정관리에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업소와 유착관계가 있었던 사실이 보도되었지만, 이후로도 현장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불법 운영이라 할지라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방치하고 묵인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 안전 사각지대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행정력이 더 강하게 작동되어 불법적 공간을 단속하고 처벌해야 하며 무엇보다 이 같은 불안전한 환경과 구조 속에서 피해받는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그리고 20년 전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 참사는 그동안 정부가 안일하게 관리하고 대처해 일어난 것이다. 조금의 의심과 관심만 있었어도,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이 같은 참사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안타까운 모든 참사의 삼가 고인의 넋을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