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품 하반기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소감
*활동가 지나(센터품)
여성인권활동가로 활동한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여성인권 관련 내담자들을 지원하면서 언니들의 심리적 지지와 안정을 위하여 센터품에서 지난 가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였다. 미군기지 캠프험프리스에 인접해 있는 센터품은 지역특성상 이주민과 선주민들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10월 에버랜드 소풍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이들이 다같이 만났던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에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하였는데 다행히도 페스티벌을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화창한 가을날씨와 더불어 소풍 같은 가을날을 즐겼다. 그렇게 센터품 첫 야외프로그램인 에버랜드 페스티벌을 마치고 곧 이어서 제주도 힐링 프로그램 준비에 들어갔다. 제주도 방문이 처음인 언니들이 대부분이라 활동가들은 짧은 일정에 최대한 많은 제주 명소를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세화해변에 위치한 해녀박물관을 시작으로 제주힐링 여행이 시작됐다. 제주의 척박한 땅에서 생계를 책임지던 제주 해녀들의 생활력 강한 모습들을 보면서 지금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생활비를 보내는 언니들의 모습들이 오버랩 됐다. 물속에서 더 잘 가라앉기 위해 허리에 돌벨트를 두르고 다이빙하는 사진들을 보면서 생계의 무게가 느껴져서 절로 숙연해졌다. 이후 일정은 제주민속촌과 승마체험, 감귤따기 등 내담자 언니들을 위한 힐링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2박3일 일정 속에서 내담자언니들과 활동가들은 ‘마음나누기프로그램’과 ‘올해의 키워드 캘리로 표현하기’ 와 같은 프로그램 시간을 통해 숙소에서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이주여성들을 염두에 두고, 요리를 통해 소통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피자교실과 불고기교실을 진행했다.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또띠아피자와 한국요리를 대표하는 불고기를 만들고 각자 만든 음식을 나누기도 하면서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모두 처음 만들어 본 요리라면서 즐거워했다.
특히 연말을 맞이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언니들과 자주 만나면서 물품도 전달하니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022년 연말을 장식할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면서 트리만들기와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아로마비누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다양한 재료로 트리를 꾸미고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장식했다. 그리고 다가올 새해를 기다리며 캘리그래피로 소망카드를 만들어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하였다. 언니들의 솜씨로 센터품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 트리가 완성되었다. 트리 완성 후에 우리는 심신안정에 좋은 허브재료를 넣어 형형색색의 비누를 만들어 포장하고, 크리스마스 파티 당일 참석하기로 한 다른 언니들 포함 전체 손님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하면서 과정을 즐기며 행복해했다. 작지만 완성된 비누들을 보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어찌 보면 흔할 수도 있는 요리나 만들기 프로그램일진데, 그럼에도 언니들은 항상 신기해하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 정말 행복해한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참가자들이 과연 흥미 있어 할지 진행과정에 무리는 없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참가자들은 항상 재미있고 좋았다고 소감을 나눠주신다.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프로그램명에 힐링이나 회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프로그램을 마치고 평가서를 작성할 때는 오히려 내가 언니들을 통해서 배우고 힐링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프로그램 후 귀갓길에 항상 다정히 안아주면서 “고맙습니다, 수고했어요”라고 말해주실 때는 내가 더 감사해서 언니들과 포옹하는 손에 더 힘이 들어간다. 정신없이 지나온 2022년도 이제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6개월 정도 내담자들과 지내다 보니 언니들이 어떤 상황인지 조금씩이나마 알게 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다. 우리가 함께 하는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 점차 쌓여 저마다 가진 존재 가치를 꾸준히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를 바라며 2023년도 프로그램을 또 계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