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처벌법 개정의 현실 필요성
4년 전, 모국에서 가족의 생계를 모두 감당하고 있던 여성이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동네 지인의 소문만 듣고, 한국에 입국하였습니다.
한국에 가면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팅 등으로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성매매를 한다는 것은 동네 지인에게 들어본 적이 없었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산업에 유입되었습니다. 한국 입국을 위해서 구입한 항공권, 체제비 등의 선불금을 갚기 위한 성매매와 업주의 폭력으로 매일 상처가 깊어져만 갔습니다.
한국어 뿐 아니라 한국 지리도 모르고,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지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감시 당하고 있던 상황이라 가해자들의 눈을 피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곳을 도망갈 계획을 세웠고, 기회가 찾아와 도망갔습니다. 도망 가기만 하면 그 굴레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머지않아 가해자가 찾아왔고, 무자비하게 폭행 당하였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여성을 지역 파출소에 불법체류자라고 신고하고 떠났습니다. 이 후, 경찰관의 심문 끝에 여성은 쉼터로 인계 되었습니다. 쉼터에서 치료회복, 의료지원, 개인상담 지원 등으로 심신을 달래며 몇 해를 지냈습니다.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로 성실히 성매매 피해자 조사를 받던 중, 증거 불충분과 상대 가해자가 제출한 사진 중 몇 장의 사진이 행복해 보인다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의해 피해자에서 되려 피의자로 전환되어버렸습니다. 너무나도 왜곡된 현실이 억울해서 눈물로 호소해도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차례에 걸쳐 가해자들과 같은 신분으로 법정에서 만나는 현실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상처들을 마주하니 여성은 트라우마로 인해 다리가 풀릴 정도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건강적 이슈가 있던 여성을 위해 긴급히 재판분리신청서를 법원 측에 제출하였고, 간신히 분리된 재판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분리된다하더라도 공판 기일이 모두 공개됨에 따라 가해자들도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해자들은 그 날 공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공판 기일에 법정으로 찾아와 여성에게 심리적 위협을 가했습니다. 이 날 이후, 충격으로 인해 여성은 신체적으로 많이 안좋아졌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른 뒤라도 가해자를 다시 만나는 일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성평등한 모델의 성매매 처벌법이 우리 곁에 있었다면, 적어도 2차 가해는 없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만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성매매 처벌법 개정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