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리고 ‘함께’ 성장하고 있는 신입활동가
-센터품 보리-
안녕하세요. 7월부터 활동한 보리입니다.
저에게 상담소, 성매매업소는 모두 낯선 이름과 낯선 공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접한 지원과 언니들과의 만남은 생소하리만치 새로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들에게 거리감 있는 낯설음보다는 감싸주고 싶은 애잔함이 앞섰기에 아마도 저를 이곳에서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활동한지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공익활동교류의 날, 동두천 성병관리소 역사탐방, 한소리회 활동가대회, 일본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도 참여하며 바쁜 시간을 뜻깊게 보냈던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한소리회 활동가들이 아침부터 함께 연습한 ‘바위처럼’의 군무는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뿌듯하고 연대 안에서 하나가 됨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기다 온 활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웃리치’를 처음 나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높은 구두를 신고 있는 언니들의 모습은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많은 언니들이 우리를 보고 웃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만나던 언니들이 우리에게 찾아와 손을 내밀때는 힘들던 아웃리치 시간들이 되레 선물로 답례하는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며 언니들과 동행하는 이 시간들에 센터품이 함께하기에 저의 어깨는 무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치지 않고 좀 더 오랜 시간을 언니들, 그리고 센터품과 함께할 수 있도록 곧게 걸어가보려 합니다. 그 길이 부디 굽이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마음과 눈길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돌아온 현장
-센터품 코코-
처음 조건만남을 하고 받은 돈이 더럽게 느껴져서 만질수가 없었다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돈이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그 돈이 내 손에 남긴 상처는 감춰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성매매로 얻게 된 돈을 보기가 싫어 한꺼번에 써버렸다는 그 아이의 고백은 너무도 참담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돈의 무게를 이야기하지만, 그 돈이 더러워 몸서리를 치게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본인이 가수가 된후 자신의 과거를 알게될까봐 가수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재능을 접어야 했던 청소년의 기억도 있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를 한 후로는 길을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남자들 중 누군가는 성매매를 했을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성구매자 재범방지 교육에서 만났던 남성들은 지나가는 여성들에 대해 “저 사람도 성매매를 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성매매가 허용적인 사회에서는 서로가 불신하는 관계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평택역 집결지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규모로 남아 있는 집결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법이 있다고 해서 구조가 바뀌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그 자체였습니다.
1990년 두레방에 첫발을 내 딛을 때나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나 센터 품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이나 우리 언니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해 보입니다. 성매매를 둘러싼 구조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체감은 ‘1’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성매매를 ‘필요악’으로 여기는 사회. 성매매 여성도 처벌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 성매매를 통해 얻는 불법 수익은 여전히 업주와 사채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피해자가 빚을 질수록 더 기뻐하는 구조. 정말 이런 세상이 맞는 걸까요?
피해여성들은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깊이 숨죽입니다.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봐, 주변 사람들과 전화도 하지 않고, 사진 찍히는 것이나 사람들과의 식사조차 피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감추고, 점점 더 움츠러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그들은 더 이상 과거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성매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입니다. 성구매자와 알선자를 철저히 처벌하고, 피해자들에게는 비범죄화와 안정된 지원이 필요합니다. 성매매는 누구에게나 용인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시 돌아온 현장에서 작은 몸짓이지만 다시 한번 우리 언니들의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고자 합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 어쩌면 그 하나의 몸짓이 우리 언니들에게는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세상이,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아자아자~~~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