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2022년 12월 두레방 회원 및 막달레나 공동체 회원 11인은 1970~80년대 신원미상의 사람에게 끌려가 “여자수용시설-직업보도소”(이하 여자수용시설)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신청서를 접수한 바 있습니다. 여성수용시설들은 1961년부터 1990년대까지 운영되었습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30년이 넘도록 적법 절차 없이 그 시설들에 수용되었고, 심지어 몇몇은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피해자들이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은 큰 용기가 따르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2023년 5월 25일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한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필요성을 인정하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조사개시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4년 1월 9일 제70차 진실.화해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진실규명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진실규명대상자 김00 등이 명목상 윤락의 방지와 요보호여자의 선도를 목적으로 설치된 여성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되어 감금 상태에서 폭력에 방치되고, 의식주, 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 생활을 지원받지 못한 가운데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받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조사 결과, 경찰과 보건소, 행정기관이 피해자들을 요보호여자로 간주하여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여성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하였으나, 윤락행위등방지법, 경찰관직무집행법, 식품위생법시행규칙, 전염병예방법시행령, 성병검진규정에 강제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또한 피해자들이 여성수용시설에 수용되어 외부와의 관계가 차단된 채 구타, 가혹한 기합 등 폭력에 방치되었고, 적절한 의식주, 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인 생활이 지원되지 않은 열악한 수용환경에서 생활한 것은 신체의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5.16 군사정변 직후 ‘사회악 일소’의 하나로 1961년 11월 ‘윤락행위등 방지법’을 제정했습니다. ‘윤락행위등 방지법’은 윤락여성과 성행으로 보아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자를 ‘요보호여자’라고 정의하고, 단속 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이들을 선도 보호하기 위한 보호지도소와 갱생자립을 위한 직업보도시설을 설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후 보호지도소와 직업보도시설이 함께 있는 여성수용시설이 전국에 설치됐습니다.
1962년에만 전국 시·도에 설치된 여성수용시설 17곳에 885명이 수용됐습니다. 여성수용시설에서는 수용된 여성을 대상으로 미용·양재·봉재·자수 등의 기술을 가르쳤고, 예산 전액을 국가가 지원했습니다.
이중 신청인들이 수용된 시설은 서울특별시립동부여자기술원, 양주군여자기술학원, 동두천시여자기술학원, 평택군여자기술양성원, 의정부부녀복지원, 협성여자기술양성원 등 총 6곳입니다. 1962년부터 1987년까지 직업보도시설의 입소 현황을 보면, 매해 전국에 20~30곳에 최소 2798명에서 최대 1만3366명까지 수용했습니다.
‘윤락행위등 방지법’은 1961년 제정된 이래 한차례 개정도 없이 1995년까지 이어졌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여성수용시설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여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1995년 1월 ‘윤락행위등 방지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1998년 모든 여성수용시설은 폐쇄됐습니다.
각 여성 수용시설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6개월에서 1년간으로 수용기간을 정했지만, 대부분의 여성수용시설은 결혼 등의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자의적 중도 퇴소가 불가능했습니다. 원생들의 도망을 막기 위해 높은 담과 가시 철조망, 기숙사 등지의 창문에 쇠창살을 달고, 일과시간 이후에는 외부에서 출입문을 잠그고, 초소까지 설치할 정도로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원생들이 창문의 쇠창살과 출입문을 밖에서 잠가 빠져나오지 못해 원생 37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기술교육은 질이 낮아 무의미했고, 수용자들은 일상적인 폭력, 상해, 구타, 가혹한 기합 등 인권침해에 내몰렸으며 적절한 의식주나 기본적인 의료적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게 나았던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의 여성수용시설에서는 매년 최소 41명에서 최대 609명 등 탈출이 끊이지 않았는데, 의정부부녀복지원은 수용인원 65명중 47명이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동부여자기술원은 도주에 60일, 도둑질에 30일, 허위진술자 30일, 폭행 50일, 중대한 모의 60일, 흡연 20일, 난동 60일, 불복종 30일, 기타 규율 위반 10일 등의 기준으로 수용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도망치다 잡힌 원생을 수위가 운동장에서 때렸다. 맞을 때마다 비명이 끔찍했다. 경비복을 입은 수위가 몽둥이를 소지하고 마치 교도소처럼 초소에 올라 망을 보았다. 경비가 큰 개를 데리고 다니며 ‘도망치면 죽는다’거나 ‘개가 물어 죽인다’고 협박하였다.”(홍OO)
감옥보다 열악한 이곳… ‘여성수용시설’입니다. “윤락(성매매) 방지 및 요보호여자 선도를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에 강제로 수용돼 폭력에 방치된 여성 피해자들이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 확인을 받은 것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경찰과 보건소, 행정기관은 피해자들을 강제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었음에도 본인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 수용했습니다. 당시 법령은 성매매 종사자나 종사할 우려가 있는 여성을 ‘요보호여자’로 규정했지만 이들을 강제 단속·구금할 근거 규정은 없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권고했습니다. 국가(보건복지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동두천시, 의정부시, 평택시)는 이 사건 진실규명대상자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피해자들은 2024년 1월 1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진실규명으로 결정하는 결정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이에 여성수용시설 피해 여성 11인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가 실행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2024년 4월,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 뒤, 이곳에서 그 첫 재판이 시작됩니다.
무자비하고 무의미한 여성수용시설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는지, 그들의 몸과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숨죽인 채 살아가는 더 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여기 모인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가(보건복지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동두천시, 의정부시, 평택시)는 이 사건 진실규명대상자들에게 사과하라!
하나 국가는 이사건 진실규명대상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라!
하나 국가는 이사건 진실규명대상자들에게 보상하라!
2024년 10월 24일
두레방· 막달레나 공동체·경기여성연대·한소리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