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웃리치 후기
-두레방 상담소 자원활동가 소양-
지난 5월, 캠프스탠리 앞을 지켜온 두레방 건물의 존치가 위태로워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두레방의 빼뻘마을 존치를 위한 목요시위에 긴급하게 참여하게 되었고, 그 첫 방문을 계기로 두레방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자료 열람을 위해서 꼭 답사해보고 싶었던 현장에 갑작스럽게 발을 성큼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두레방에서 자원활동을 한 지 이제 반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자원활동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이 있을 때 보조로 참여하는 것인데, 가장 주된 활동 중 하나는 아웃리치(현장방문상담)입니다. 아웃리치란, 성산업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준비한 물품과 함께 법률 및 의료 지원에 관한 정보를 전하고 필요한 상담을 진행하는 활동입니다. 두레방에서는 월2회, 의정부와 동두천으로 아웃리치를 나가고 있습니다. 주로 저녁 시간에 방문하게 되는데, 해당시간은 이제 막 가게를 열고 준비 하는 시간이라 우리가 들어가서 여성들에게 인사하고 물품을 전달하면서 두레방을 홍보하기에는 다소 짧은 시간입니다. 아쉬운 대로 순발력을 발휘해가며 질문하고 답하면서 라포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에서 오랜기간 기지촌 현장단체로, 지역 성매매피해 상담소로 활동한 두레방은 이제는 대부분 고령이신 선주 여성들과 90년대부터 기지촌에 유입되기 시작한 동두천 이주 여성, 그리고 의정부 시내에 있는 성산업 현장의 여성들을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레방이 아웃리치 통해 방문하는 곳은 기지촌과 일반 성산업 현장을 모두 포괄합니다. 그 범위가 넓은 것은 두레방이 기지촌현장단체로서의 정체성과 성매매피해 상담소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레방 아웃리치로 동두천을 방문하면서 동두천에도 집결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시장 근처, 입구에 커튼처럼 드리워진 가닥가닥의 가림막을 젖히고 들어가면 유리방이 모여 있는 생연동 집결지 골목이 있습니다. 처음 그 곳에 들어갔을 때, 어떤 표정과 태도로 여성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리방에 앉아 있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방해가 아닐까, 불쾌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웃리치를 통해 누군가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업주들에게 견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복잡한 마음은 몸으로 부딪쳐가며 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산동 미군 기지 앞 관광특구는 예전에는 선주민 여성들이 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이주 여성들(지금은 대부분 필리핀 여성들)이 있는 곳입니다. 클럽마다 ‘내국인 출입금지’라고 써붙여 놓았지만 이때의 ‘내국인’은 한국인 남성을 뜻하기 때문에, 특별히 두레방을 반기지 않는 업주가 운영하는 클럽이 아니라면 접근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클럽 안에서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지만, 두레방에서 오랫동안 밀착해서 동두천의 이주 여성들을 지원해왔기 때문인지 두레방 활동가들의 방문에 비교적 우호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생연동과 보산동 두 구역을 방문하는 동안, 동두천의 이주 노동자 남성들이 생연동 집결지에 구매자로 방문하는 걸 보면서 이들에게 한국의 지역 사회에서의 여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보산동 클럽 거리의 이주 여성들을 생각할 때에도, 이 여성들에게 E-6 비자를 발급한 한국 정부가 과연 어느 정도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웃리치를 통해 보게 된 동두천의 풍경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이주민들에게 거주지 혹은 체류지로서 한국 사회가 어떤 환경인지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합니다.
의정부 아웃리치에서는 구터미널 근방의 방석집과 유흥주점, 구신시가지의 커피호프집, 스탠드바 등 시내 곳곳에 위치한 ‘산업형 집결지’들을 두루 살피며 방문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의 경우, 십대 시절을 의정부에서 보냈음에도 두레방을 통해서 제가 알던 의정부의 모습 이외에 의정부가 가지고 있는 다른 얼굴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뜻깊습니다. 익숙하게 다녔던 의정부 ‘시내’ 중앙로와 제일시장만이 아니라, 미처 잘 몰랐거나 가보지 않았던 골목들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의정부 아웃리치의 경우 방문해야 하는 범위도 넓고 업종도 다양해서 항상 가보지 못한 구역이 남는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아직 두레방을 잘 몰라 피해가 있어도 제대로 지원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듯해서 두레방의 존재와 역할을 알리고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자원활동가로 아웃리치를 다니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실질적인 법률 지원이나 의료 지원의 내용을 아직 잘 몰라서 두레방이 ‘언니들’을 위해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밖에 어떤 물품을 가져가면 더 유용하게 쓰실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아직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지만, 처음에 머리가 무겁고 막막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것들이 한결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아웃리치를 통해서 현장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더 잘 듣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가고 또 배워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