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 성매매추방주간 공동행동 후기
-두레방 쉼터-
2024년 9월 24일 월요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주관한 ‘성착취 카르텔해체, 이제는 성평등모델!’ 성매매추방주간 공동행동이 있었습니다. 전국의 반성매매 활동가가 함께 모여 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을 축하하고 기념하며, 성매매여성 비범죄화와 수요차단을 위한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촉구하는 연대의 장이였습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쉼터 활동가들과 내담자들은 다 함께 둥글게 모여 앉아 공동행동의 취지와 구호를 공유하고, 손 팻말에 각자가 원하는 문구를 직접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담자들 모두 자신만의 표현으로 문구를 만들어 팻말을 제작하길 원했고, 그렇게 그들만의 색깔을 입은 외국어로 된 팻말이 탄생하였습니다. 완성된 팻말을 손에 쥐고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촉구하는 연대의 장인 보신각 앞으로 향했습니다.
각 연대단체 회원들의 발언으로 시작한 행사는 온라인 캠페인 영상, 가수 미루의 공연, 성매매처벌법 개정 요구 스티커 붙이기 퍼포먼스, ‘가지요’ 율동 및 합창을 지나 종로 일대를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후 내담자들과 공동행동 참여에 대한 인터뷰를 나누었고, 아래는 한국어로 번역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서가 있다면?
a: 투쟁을 위한 춤과 행진이 기억에 남는다. 행진할 때 도보를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영어로 쓴 팻말을 그들이 잘 볼 수 있게 높이 들었다.
b: 내가 경험했던 차별들에 맞서 내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자리였다. 행진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다른 순간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
c: 여성인권을 위한 춤과 행진이 기억에 남는다.
Q. 공동행동에 직접 참여한 소감을 얘기해 준다면
a: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있었고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고 많은 사람들의 힘에 압도(overwhelming)되는 느낌을 받았다.
b: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지만 힘들지 않았다. 집회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우리의 목소리로 (성매매 여성의)인권을 위해 싸울 수 있어 좋았다. 혼자였다면 아무도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있음으로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꼈다. 나는 그동안 법률사건을 통해 싸워온 것도 있지만 이런 현장에 나가서 인권을 위해 싸우는 방법도 있다.
c: 내가 참여한 첫 번째 집회였는데 조금 긴장했지만 재미있었다. 사실 조금 힘들기도 했다. 이 집회가 나의 싸움이라고 느꼈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Q. 또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
a 한 번 더 참여할 것이다. 그 때는 우리팀의 스페셜 티셔츠를 준비하고 싶다.
b: 또 참여할 것이다. 올해 행사는 너무 더웠기에 내년에 또 참여한다면 투쟁의 구호가 적힌 띠를 두를 수 있는 모자를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작은 팻말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들지 않더라도 보이는 커다란 팻말을 준비하고 싶다.
c: 내년에도 참여할 것이다.
Q. 모두가 한국인이고 우리는 non-Korean팀이었는데 어땠는지?
a: 우리도 같은 여성이고,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b: 그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였고 함께 목소리를 냈다.
Q. 불편하거나 개선되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구호를 따라 외치고 싶었지만 알아듣기 힘들었다. 영어로 된 구호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b: 특히 서울은 외국인이 많아서 영어로도 설명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 괜찮았지만 너무 더웠다. 내년에 또 간다면 모자가 필요할 것 같다. 미래에는 모든 여성을 위한 정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In the future, they will bring justice for all the women)
c: 모든 행사가 한국어로 진행되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현재 한국 성매매처벌법의 문제점과 우리의 요구사항인 성평등 모델에 대해 다시 한 번 말해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한여름 더위가 계속해서 이어지던 날씨, 함께 참여했지만 내담자들의 입장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진행되는 공동행동 현장 등 많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한국의 성매매처벌법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개정하는데 동의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습니다.
처음으로 다 함께 참여한 2024 성매매추방주간 공동행동을 통해 내담자들은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다시 확인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또한 함께 목소리를 높이면 정부도 사회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며 언젠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확신을 내보였습니다. 다음 공동행동에는 사실상 이 투쟁의 주체라고도 할 수 있는 내담자들의 요구대로, 최소한 하나라도 외국어로 된 구호가 서울의 대로에 울려퍼지길 기대합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요구가 닿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