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도 두레방은 빼뻘마을에 존치되어야 합니다 !
김은진 원장 (두레방)
대한민국이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아울러 **항공 여객기 사고로 나라 전체가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주 ‘하얼빈’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름 아닌 이토히로부미의 대사였습니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현시대를 제대로 반영한 명대사라고 생각합니다.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스로 나라를 지키고,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켜왔습니다. 또한 그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용납 되어서는 않됩니다.
두레방은 전쟁의 또 다른 희생양인 기지촌 여성들이 함께 모여 자존감을 회복하며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39년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새해에는 다른 장소로 쫒겨날 위기에 있습니다. 1년전 시청 여성보육과 과장이 ‘빼뻘마을은 더이상 기지촌이 아니므로 두레방이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시내로 가야 한다’면서 사무실 이전 문제를 종용하였고 결론적으로 ‘1년간(25년6월) 유예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 의정부시장의 답변입니다. 이후로 어떠한 대안도 오가지 않은 소강상태입니다.
기지촌여성 국가상대 소송에서 2022년 대법원을 통해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하고 여성들을 성매매하게 방조, 묵인, 관리한 책임이 있으며, 불법 성병진료와 강제수용 및 토벌과 컨택 등이 인정되어 기지촌여성 전원에게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기지촌 여성들에게 일언반구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는 ‘기지촌여성 지원 조례’를 통과시켜 놓고도 지원은커녕 기지촌 여성들의 보금자리요, 사랑방인 두레방 퇴거 위기에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시는 기지촌 여성의 최후의 공간인 두레방을 직접 내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휘두르는 국가폭력이며, 인권침해입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소식은 있습니다. 9월 23일 유호준의원이 ‘경기도 기지촌 여성 피해자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조례’개정을 올려 통과 되었으며, 12월 30일 경기도의회에서 여성인권기록물 아카이빙 구축 예산 5억원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새해에는 철거 위기에 있는 동두천 ‘옛성병관리소’와 의정부 ‘옛성병검진소’인 두레방 건물의 아카이빙을 기대해 볼 만 합니다.
두레방 활동의 사회적, 역사적, 지역적 가치와 의미는 앞으로도, 더 다양하게 공유되고 해석돼야 합니다. 두레방의 정체성이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만으로 제한되어서도 않됩니다. 두레방은 2025년에도 아니 계속해서 빼뻘마을에 존치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