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미군기지 주변의 클럽들에 둘러싸여 주민과 클럽이 어울려진 기지촌이라는 마을에 두레방은 터를 잡고 그 곳의 여성들과 함께하고 있다. 기지촌의 클럽들은 한국여성에서 외국인여성으로 교체가 되었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E6비자는 연예인 비자로, 소지한 여성들은 가수이다. 그러나 기지촌클럽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늘 이렇게 모순적인 E6비자의 문제점을 얘기해왔는그럴때마다 늘 언제나 받는 질문은 그러면 E6비자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하는 것이다.
“E-6비자에 대한 두레방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당연 폐지를 주장합니다” 이런 답변을 우리에게 듣고 싶어 하는 질문자의 표정을 보았 때가 있었다. 처음 두레방에서는 문제의 비자가 폐지되면 관련한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딱 잘라 폐지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E-6비자 의 역사는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고 문제점은 그대로이지만 현장에서 여성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그 여성들에게는 한국으로 오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절망을 보기 때문에 당연히 답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레방 활동가들의 각자 생각하는 E6비자의 폐지에 관련하여 여러 의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의견이 하나로 통합되어 공식적인 두레방의 입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9월 19일 두레방 상담소, 쉼터 그리고 백신옥 변호사가 모였다.
E6비자를 철폐하자는 주장과 철폐에 대해선 조금 더 생각이 필요하겠다(혹은 이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많은 문제점을 낳은 비자는 철폐하자!! 비자의 철폐를 주장하고 현재 남아있는 여성들에게 노동비자로 바꾸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매매위험성이 있는 E6비자 철페를 주장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제도적으로 넓히는 것 좋을 것 같다. ”
“E6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여성들은 연 사천명정도가 되는데 그 만큼 E6비자로 노동을 찾아 한국을 들어오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마나 여성들에게 E6비자가 희망이 되어 노동을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인데 그런 기회를 무조건식 폐지하는 것은 안 될 것 같다.”
“E6비자를 둘러싼 인권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은 사실이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 비자를 없애는 것이 얼핏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다. 누구던 자신들의 삶을 위해 노동할 권리가 있고 이 여성들에게도 이것은 당연히 해당된다. 비슷한 비자가 국민적 반감에 봉착해 폐지된 다른 나라의 사례들에서 편법적이거나 불법적인 다른 방식으로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수입)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E-6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100% 여성만은 아니라는 것, 많지 않은 숫자이긴 하지만 실제로 전문적인 공연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그룹도 있다는 것 등이 얘기되었다. 결론적으로 E-6 비자 자체에 관해서는 전면적 개선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E-6 비자를 둘러싼 인권문제는 비자의 폐지건 개선이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해결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이날 우리가 나눈 논의의 진정한 결론이었다. 가장 논리적이고 효과적인 접근법은 이 여성들에게 불법적인 성매매를 강요하는 클럽에 대한 대응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것. 한국 정부를 움직이는 방법, 필리핀 정부를 움직이는 방법 등 다양한 경험과 스토리가 뒤를 이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E6비자는 “관광진흥법에 의한 호텔업시설, 유흥업소 등에서 공연 또는 연예활동에 종사하는 자(가요,연주자. 곡예, 마술사 등)”에게 주어지는 비자이다. 하지만 정리된 내용과 다르게 공연과 연예활동 해야하는 E6비자 소지 여성들은 클럽안에서 남성옆에 앉아 주스를 파는 일을 한다. 과거 한국여성들이 해왔던 일과 다를 게 무엇인가 생각이 든다. 관광진흥법에 정의된 법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여 한국정부는 E6비자를 문제가 많은 비자로 만들었고 문제가 많은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문화적인 전면적 혁명이 필요할 것이다. 낼모레 당장 이 많은 모순을 없앨 수는 없지만 두레방의 활동에서 그 희망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