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방은 지난주 보산동의 두레방 회원으로부터 보산동 외국인전용클럽 일대에 출입국의 단속이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권을 스캔할 수 있는 기계를 가지고 여권에 붙어있는 E-6비자를 떼었다 붙였는지 일일이 확인하여 몇몇 여성들을 연행해갔다는 것이다. (필리핀 기획사들이 필리핀노동청의 공식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해외취업증명서를 받을 수가 없는데 이 증명서 없이 E-6 비자만 가진 여성들은 필리핀에서 출국할 때 문제가 생긴다. 하여 기획사들이 요즘 선호하는 방식이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하게 하는 것이다. 제3국에는 관광객으로 입국하는데 이 경우 E-6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어 비자를 떼고 입국하여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비자를 붙인다.) 6일 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확인해보니 단속은 있었으나 몇 명의 여성들을 연행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난 8월 두레방 회원 한 명이 계약기간 만료로 출국하는 길 같은 사유로 출입국에서 붙잡히는 일이 있었고 그 때 두레방은 이 새로운 스캔 기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두레방이 상담을 시작하고 출국길에 잡혔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물론 비자를 떼었다 붙이는 건 법에 저촉되는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비자를 떼는 것은 기획사 사람들이고 여성들은 다시 붙이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 이 여성들에게 비자를 떼었다 붙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누누이 E-6 비자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알고 있고 누군가 이 비자시스템을 인신매매 행위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얘기해왔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믿어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주 거대한 인신매매 사슬에서 가장 밑바닥, 을도 모자라 병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을 단속하고 강제출국 시켜버리는 것을 보니 이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단 말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두레방은 한국 정부의 이러한 근시안적 사고와 법집행의 관료성에 분노한다. 필리핀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획사들의 명단을 정부가 다 가지고 있는데 왜 비자를 떼었다 붙였다한 여성들이 고용된 기획사들을 조사하지 않는가. 왜 현지 기획사의 건전성을 평가하지 않고 묻지마 식으로 비자를 발급하는가. 왜 이주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쫓아내는가. 우리는 문제의 근원을 건드리지 조차 못하는 이러한 단속행정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 어떻게 E-6 비자 소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인지, 비자 발급 과정을 어떻게 투명하고 정의롭게 운영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12월 8일 두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