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의정부 ×도시재생지원센터 연계포럼
〈도시재생과 빼뻘마을〉 포럼 후기
*두레방상담소 원장 김은진
22년 2월, 두레방은 의정부시 도시재생과에서 빼뻘마을에 새뜰마을사업이라는 도시재생계획과 그 안에 두레방 건물을 부수고, 복합커뮤니티센타를 짓는 계획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두레방은 의정부문화재단 부단장 백차장께 연락하여 공식적으로 도시재생과 빼뻘마을 포럼을 열어주실 것을 부탁하였다. 이처럼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포럼을 통해 문화적 지역 재생의 가치와 방향을 잡을 수 있었으며, 도시재생에 관한 다양성과 특수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두레방은 빼뻘마을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고,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유산과 같은 기지촌 마을을 재생하여 의정부시가 어떤 문화도시인지 남김없이 보여주어야 함을 피력했다.
의정부시의 빼뻘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실감하는 자리였고, 두레방에 대해 우호적인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하 포럼 본문
두레방과 함께하는 빼뻘마을을 꿈꾸며
김은진(두레방 원장)
1. 두레방과 빼뻘마을의 인연
기지촌 여성들을 위해 ‘두레방’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방을 연지 올해로 36년이 되었다. 1986년 창립한 두레방은 의정부시 고산동에 둥지를 틀고 미군 기지촌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활동해 왔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지촌 여성들이 함께 모여 자존감()을 회복하며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도왔다. 더 나아가 의정부를 포함한 경기북부 일대 성매매피해 선주민 및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며 기지촌에서 발생하는 성매매 문제와 군사주의로 인한 폐해를 해소시키고자 온 힘을 다해 일했다. 또한 두레방은 의식있는 지식인들과 대학생들, 외국 방문객들을 통해 빼뻘마을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마을 주민들과도 함께 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주민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같이 고민하는 등 소통의 역할도 해왔다.
새뜰마을사업이라는 도시재생사업계획이 나왔을 때 그 누구보다도 두레방은 기뻐했다. 앞으로 빼뻘마을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더 풍요하고 안전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빼뻘마을과 함께 두레방도 긴 시간 동안 함께하기를 염원한다.
빼뻘마을은 매우 특별하다.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가 꽤나 인기였다. 드라마 속 제주도 출신 마을사람끼리의 애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 옆집 수저가 몇 개인지, 속옷이 몇 장인지도 서로 잘 아는 그곳 출신 여고생은 오일시장에 가면 모든 이에게 인사하느라 목이 빠질 정도다. 마을사람들은 그녀에게 ‘젖동냥하던 애가 이렇게 컸다고’ 한마디씩 던진다.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마을 어르신들이 큰 힘이 되어준다. 제주 마을의 모습이 빼뻘마을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지만 애증도 있는 빼뻘마을 사람들, 이곳의 재생은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2. 빼뻘마을의 미래
의정부시가 문화도시를 꿈꾸고 있으며,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의정부시는 과거 7개의 미군기지가 주둔하였고, 그 주변 기지촌에서 형성된 문화적 영향을 무척이나 많이 받고 자라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캠프 스탠리 옆 빼뻘마을의 도시재생은 “옛 기지촌의 부활”이라는 테마를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빼뻘마을은 과거 70년대 기지촌마을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오래된 영어간판과 구불구불한 골목길 등 이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과거 빼뻘마을은 프라이드 치킨, 샌드위치, 햄버거 등으로 매우 유명했고 이국적인 문화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유산과 같은 기지촌을 재생하여 의정부시가 어떤 문화도시인지 남김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차 없는 골목에 야외 카페, 레스토랑, 치킨·햄버거 가게, 작은 공예품을 파는 가게 등 볼거리와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들의 주택개량을 통해 외부사람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를 진행한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날로 늘어나는 수락산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등산로를 잘 만들어 안내하고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을의 역사를 알려야 한다.
3. 두레방과 함께하는 빼뻘마을을 꿈꾸며
현재 마을 입구에 있는 두레방이 자리한 건물은 빼뻘마을 기지촌여성들을 검진하던 보건지소다. 두레방은 2009년부터 시와 협의 하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성매매피해상담소’로 운영해오고 있다. 두레방이 기지촌여성들의 아픔의 공간인 이곳에 숨을 불어 넣으며 치유와 평화의 공간으로 승화시켜 현재까지 여성 인권과 평화의 장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현 건물의 의미는 매우 크다. 두레방 건물은 원형 보존의 의미를 넘어 기지촌과 기지촌여성의 삶과 힘을 토대로 문화공동체 관계를 형성·발전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으며, 국제인권기지촌여성운동사의 발원지로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즉, 장소 가치의 보전이 필요한 이유다. 이 건물은 빼뻘마을의 역사를 알려줄 장소며, 의정부시의 여성 인권과 평화 역사 문화를 일궈낼 자원이고,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다. 최근 경기도와 경기여성가족재단은 「기지촌여성 생활실태 및 지원정책연구보고서(2020)」에서 두레방 건물을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평화박물관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빼뻘마을의 역사와 기지촌 여성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두레방이 역사관이나 박물관의 형태로 재생된다면 이곳은 고유한 역사를 알릴 수 있는 문화마을로 발돋움할 것이다.
문화도시를 꿈꾸는 의정부시는 두레방과 함께 여성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평화교육의 장을 여는 공간, 국제인권기지촌여성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두레방 40년사의 의미와 미래를 담아낼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4. 빼뻘마을 공동체에 바람
기타 캠프 스탠리의 반환을 기대하며 해당부지 활용계획과 요구사항 역시 빼뻘마을이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두레방은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키며 빼뻘마을 공동체와 지속적으로 함께할 것이다. 더 나아가 평화롭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갈 것이며, 마을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