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두레방 상담소 활동가) 순이 아줌마와 현지 언니 빼뻘마을에서 언니동생 삼은 두 사람이다. 기지촌 클럽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데면데면 대하던 이들이 이제는 어느새 50세, 70세를 훌쩍 넘어 친구처럼 가족처럼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두레방 여름소풍 동참 권유에 “폐 끼치기 싫다”며 한사코 거절하시다가도 “현지 언니도 간다”는 말에 두말 않고 따라나서는 순이 아줌마와 “빼뻘마을에서 두레방은 걸러도 순이 아줌마네는 거르는 법이 없는” 현지 언니.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따뜻한 봄이 왔다. 긴 뿌리를 땅에 품은 채 겨울을 이겨낸 생명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이맘때면 언니들도 분주해지신다. 호주머니가 많은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이른 아침부터 두레방 문을 열고 들어와 “나 마실 댕겨 올게” 한 마디 툭 던지고 까만 비닐봉지와 주머니칼을 챙겨 휘리릭 사라지신다. 땀이 많은 순이 언니는 ‘흐린 봄날’ 나물 캐러가는 것을 좋아한다. 순이 언니와 나는 아직은 누런 흙으로 덮여있는 배추밭으로 갔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밭을 갈아엎으니까 지금 가야 냉이를 캘 수 있어”  
활동가: 만약에 언니가 지금 살고 있는 빼뻘마을을 떠나야 한다면, 어디에서 살고 싶으세요? 언니: 나는 반(半)시골이 좋아. 교통이 너무 나쁘지 않은 시골. 아파트는 싫어. 독바위마을 같은 데서 살면 좋지. 활동가: 여기 바로 옆동네? 그런데, 왜 ‘독바위마을’이라고 해요? 언니: 저기 가면 커~다란 독바위가 있어. 활동가: 독바위?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빼뻘마을 바로 옆 독바위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활동가: (독바위마을 초입에 위치한 한 집을 가리키며)저런 집 어때요? 언니: 좋지. 내 땅만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