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가을날. 이주여성과 두레방 활동가 및 자원활동가 포함 총 10명이 경복궁으로 가을소풍을 다녀왔다. 이날 함께 한 이주여성 7명은,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당일 대여한 얇은 한복을 입고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서울과 고공 속 자신들의 모습을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번 소풍의 장소 선정 배경에는, 한글이 발명된 집현전이 경복궁에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경복궁 앞 광화문 광장은 한국의 촛불 평화시위가 열렸던 곳”이라는 활동가의 설명에 한 이주여성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고진달래 잠복근무하던 경찰에 단속되어 성매매 관련 조사를 받게 된 한국 여성의 조사동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담당하던 경찰은 사실 태국 여성과 업주를 잡기 위해서 단속을 하게 된 것인데, 그 오피스텔에 해당 여성이 있어서 잡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태국 여성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으니, 모두 태국으로 돌아갔다는 간단한 대답을 들었다. 짧든 길든 이주를 결심한 이들에겐 저마다의 사연과 절박함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거대한 성산업에 포획된 여성들은 예상하지도 못한 대가를 온전히 스스로 치
*강시리(두레방 활동가) 순희 언니와 쭌은 개살구나무에 열린 열매를 세고 있다. 하나, 두울, 셋… 순희 언니(아래, 언니) : 야, 여기 봐, 여기. 여기 열렸잖아! 쭌 : 어디? 언니 : 쪼~기!! 쭌 : 어디? 아, 찾았다! 언니: 올해는 세 개나 열렸네! 처음 열린 거야 강시리 : 언니, 개복숭아는 언제 심은 거예요? 언니 : 그 (두레방) 세 번째 원장이 누구지?? 그때 현자하고 나하고 만든 작품이야. 씨를 다 먹고 깨끗이 씻어서 이틀 담가뒀어. 그리고 여기에 씨를 심었
추석도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입니다. 지난여름 유난히 덥던 8월 한 날, 한낮의 내리쬐는 햇빛을 뚫고 <레즈비언문화배급소놀레>에서 4명의 손님이 두레방을 방문했습니다. 그날 동두천을 중심으로 의정부까지 기지촌을 같이 걷고 멈추고 또 걸었는데요, 이후 저마다 떠올랐던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해 보내주셨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감사함을 느끼며 기지촌 평화기행 참가자 4분의 소감 전문을 읽어보시죠. Ⅰ. 우리는 지난 역사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얘기해야 한다 동두천과 의정부 빼뻘마을 기지촌
*두레방 활동가: 백은정 한국여성재단에서 진행하는 2019여성공익단체역량강화지원사업 쉼프로젝트, “짧은 여행, 긴 호흡”에 참여하였다. (사)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연대 단체)에서 구성된 실무자들-일명 ‘날다(날 다시 일으켜 세우다) 7인’이 지난 8월 25일(일)부터 31일(토)까지 인도네시아 반둥과 자카르타를 방문한 것이다. 이번 방문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인도네시아 반둥에 위치한 <파순단 두레방(Pasundan-Durebang Women’s Crisis Center
*두레방 활동가: 정예진 지난 봄에 만난 리나(가명) 씨 가정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미등록 신분의 리나 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 그는 임신한 상태로 곧 태어날 아이 마이클(가명) 외에도 첫째 켈리(가명, 7살)와 함께였습니다. 언제라도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의 그는 친구가 여행간 사이 아이와 함께 친구 집에서 임시로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은 한 눈에 보기에도 아동과 임신부가 거주하기에 비위생적인 환경이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바닥 장판은 모두 들려진 데다가 지하라 매우 습하
의정부 역사교사모임에서는 7월 27~28일, 2일간 분단의 그늘, 동두천과 의정부 미군기지 답사를 진행했다. 동두천과 의정부는 둘 다 모두 한국전쟁 이후 미군 기지촌 주변에 형성된 상권에 의해 인구가 유입되고 달러가 돌면서 성장한 도시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분단국가, 휴전선 인근에서 적의 침입에 대비해야하는 안보도시 역할을 감당하면서 만난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주한미군의 범죄에 외교적으로 평등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가난하고 어린 여성들이 자국의 영토에서 ‘미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인격, 인간으로서의
지난 8월 3일, 두레방 상담소 유영님 직전원장과 김은진 원장, 두레방 쉼터 김태정 소장은 미국으로 영구 귀국을 앞둔 문혜림 선생님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두레방 설립자인 문혜림(83세, 헤리엇 페이 핀치벡) 선생님은, 올해 3월 그의 반려자이자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운 고 문동환 목사(98세)의 장례를 치른 바 있습니다. 이들 부부는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은 뒤 막내딸을 입양했는데, 그중 미국에 머물고 있는 세 자녀의 간곡한 바람으로 이번 영구 귀국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방문 당일 두레방 식구들 외에
*준(두레방 상담소 활동가) 순이 아줌마와 현지 언니 빼뻘마을에서 언니동생 삼은 두 사람이다. 기지촌 클럽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데면데면 대하던 이들이 이제는 어느새 50세, 70세를 훌쩍 넘어 친구처럼 가족처럼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두레방 여름소풍 동참 권유에 “폐 끼치기 싫다”며 한사코 거절하시다가도 “현지 언니도 간다”는 말에 두말 않고 따라나서는 순이 아줌마와 “빼뻘마을에서 두레방은 걸러도 순이 아줌마네는 거르는 법이 없는” 현지 언니.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글: 두레방 쉼터 활동가 이미현(Ate Lee) *사진제공: 청년외침(Won-Kyoung Kim) 2009년 6월에 평택에 개소한 두레방 쉼터가 2019년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기념행사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좋을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그때, 김태정 소장이 ‘문화 나눔 토크 콘서트’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사실 이때부터 더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문화나눔콘서트?! 쉼터 친구들이 지닌 다양한 생활양식, 필리핀·태국·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한 시간 반 여의 공